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개인의 인생설계에도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나 국가발전에도 큰 암초가 된다. 세계적 경제위기라고 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역량을 집중시켜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 고용정책이다.
지난해 경제 위기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만 15세 인구 중 육아, 가사, 교육, 연로 등을 이유로 일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70여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쉬는 사람에 통계상의 실업자까지 포함한 사실상 백수를 단순 합산하면 408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구직단념자 16만여명이 ‘취업 준비’ 및 ‘쉬었음’에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백수는 400만명 내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15세 이상 인구가 4천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인 셈이다. 이처럼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 수준에 이른 것은 관련 세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용 상황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최근 고용난은 구조적 요인이 강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취업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이 적지 않다. 우선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것이 대기업 위주의 수출이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대규모 고용을 장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고용 흡수력이 강한 중소기업, 내수 부문의 활력 회복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용없는 성장’에 빠졌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유럽 국가들이 1,2차 오일쇼크 후 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간 경험했던 것처럼 성장을 해도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1일께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첫 개최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또 정부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계획을 이달중 발표할 계획이다.
경기도내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고용확대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기업활동을 왕성하게 하면 자연스레 고용이 창출된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