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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엿 먹어라”

이창식 주필

60년대까지만 해도 중학교 입학 시험을 치렀다. 원래 시험이란 응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치르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원만큼의 학생을 뽑기 위해 떨어뜨리기 위해 마련한 일련의 ‘함정’과 같은 것이어서 교육학적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입학 지원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학교 당국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부터 45년 전인 1965년도 신입생 선발 때 공동 출제 가운데 엿과 관련된 문항이 있었다. 문제는 이랬다. “엿을 만드는 원료인 엿기름 대신 엿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인가.” 정답은 ‘디아스타제’였다. 디아스타제는 아밀라제의 약명으로 녹말을 분해해서 소화시키는 효소다. 그런데 보기 가운데 무즙이 들어 있었다. 무에는 디아스타제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무를 갈아만든 무즙으로 엿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무즙을 정답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문교부(지금의 교육인적자원부)는 무즙을 오답으로 처리했다. 그러자 소위 치맛바람의 주역 젊은 아줌마들이 어찌하여 무즙이 오답이냐고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그들은 시·군 교육청은 물론 문교부까지 찾아가 무즙으로 만든 엿을 먹어보라며 현장 시위를 계속했다. “엿 먹어라! 무엿 먹어라! 무로 만든 무엿 먹어라.” 자유당 시절 3.15부정 선거 때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했던 정치구호 못지 않은 직설적이고 호소력이 강한 구호였다. 문교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긴급 회의를 거듭한 끝에 입시 당국은 결국 무즙을 정답으로 고치고 말았다. 당시 최고의 명문교로 알려진 경기중학교는 정원과 관계없이 무즙을 정답으로 쓴 38명의 신입생을 받아 드리는 촌극을 감수해야만 했다. “엿 먹어라”는 그때부터 “혼 좀 나봐라!”, “정신 차려라!”란 뜻으로 욕아닌 욕설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합격하라며 엿을 먹이거나 부치고 있다. 지난주 법원의 ‘강기갑 무죄’ 언도에 검찰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마 “엿 먹어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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