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지는 ‘인종박람회’라고 할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외양(外樣)만 척 봐도 동양삼국(한국·일본·중국)의 여성을 구별할 수 있다. 화장과 옷이 편의성보다 멋에 치중한 여인들은 한국인, 수수한 옷과 좀 수더분한 화장은 일본인, 그리고 옷·얼굴·머리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중국사람이라고 한다.
화장에 얽힌 재미난 유머가 있다. 10대 화장은 치장, 20대는 화장, 30대는 분장, 40대는 변장, 50대는 위장, 60대는 포장, 70대는 환장, 80대는 끝장이란다.
또 한국여성들의 특징은 파라솔(양산)을 쓰는 것이다. 어깨가 떠 밀려가는 인파 속에 뾰족한 파라솔 끝을 이리저리 피하다 보면 얼굴이 햇볕에 그을리는 게 저처럼 걱정이 되면 집안에서 TV 혹은 DVD나 보면 되지, 뭘 돈 써가면서 저 야단일까? 푸념섞인 생각이 든다.
하기야 한여름 대학교정에서도 수월찮게 청바지를 입은 파라솔 꾼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 나이에 매력이란 풋풋함인데... 청바지에 파라솔이라,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성들이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에 대한 동경(憧憬)이야 무슨 죄 될 것이 있겠냐만, 과유불급(過猶不及-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이란 말이 있다. 미국의 화장품회사 가운데 ‘맥’이란 유명회사의 사장 왈, “한국사람 때문에 먹고 살아요.” 이렇게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어쨌든 한국여성의 외모 가꾸기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 말하길, “미국의 배우들도 7단계에 만족하지만 일부 한국여성들은 아침마다 17단계 기초화장을 한다던데 그 부지런함과 열성에 존경을 드린다.” 믿겨지지 않는 말이며 좀 낯 뜨겁다.
그리고 “일본여성은 신제품이 나오면 전반적으로 처음 사용하는 걸 꺼리는데, 한국여성은 적극적 단계를 넘어 공격적이다.”라고 했다. 한국여성의 실험·모험적 성격에 대한 극단의 칭찬이다.
얼마전 ‘루저’ 파문도 따지고 보면 외모지상주의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화장품회사의 광고처럼 ‘이젠! 외모도 경쟁력이다’ 이 말도 맞지만 분수도 가장 큰 덕목의 경쟁력이란 사실! 한번쯤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유일한 화장품은 동동구리무(크림의 일본어 발음)를 기억하시는지? 손수레를 끌고 시골동리를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팔던 행상인이 북을 치고 노래하며 선전했는데 그 북소리가 ‘동동’하는 소리로 들려 동동구리무가 됐다고 한다. 1970년대 이전에 시골에 살았던 세대들에게 가장 그리운 게 있다면 일년에 한 번 찾아와 공연하는 곡마단서커스와 장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화장품을 파는 동동구리무 장사라고 한다.
그런데 동동구리무는 오늘날 리필제처럼 필요한 만큼 용기에 덜어 샀다고 한다.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6.25한국전쟁 때도 시어머니 몰래 조금씩 비축한 곡식과 바꿀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동동구리무에 얽힌 이야기가 우리 민담(民譚)에서 군데군데 많이 발견된다.
옛날 한량들은 동동구리무를 최고의 작업도구로 삼았는데... “오늘밤 상수리나무 밑으로 나오면 동동구리무 한 통 주겠다고 해 놓고 상수리나무는 커녕 왜 보리밭 고랑까지 끌고 가는지...” 신세 망친 처녀들의 후회섞인 푸념이다.
그 뒤 ‘코티분’이라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화장품을 최고의 선물로 치다가 이제는 국력에 따라 국산화장품이 외국수출도 한다고 하니 가슴 뿌듯한데 어떻게 돼서 “한국사람들 때문에 먹고 살아요.” 하는 말을 들을까?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도 있듯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우리나라 제품이 가장 알맞게 제조됐을 텐데... 뚜렷한 해답없는 결론은 자기 마음대로 풀이하는 게 속편할 듯 하다. ‘맥’이란 회사 사장이 자기네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려고 좀 과장된 표현을 했다고 간주하련다.
※ 롯데 신격호 회장도 껌을 만들어서 지금 재벌의 성(城)을 이뤘는데... 처음에는 동동구리무 장사로 한밑천 잡아서 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