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대 대부분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키로 결정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교육협의회 임원단의 간담회에서 “국공립대 총장들의 협의 결과, 대부분이 올해 등록금 동결에 찬성했다”고 보고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사립대 중에서는 고려대가 등록금 동결을 확정했다고 밝히고 다른 사립대들의 동참을 희망하기도 했다.
청년 백수 시대에 대학등록금 인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학창시절을 겪어야 하는 학생들도 뿔이 날 만큼 단단히 났다. “오늘날 대학은 ‘상아탑’이 아닌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인골탑’이 됐습니다” 경기남부지역 15개 대학 재학생 모임인 ‘경기남부지역대학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는 18일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2010학년도 등록금 동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학생들이 들고 나온 피켓 구호도 현재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신대 등 15개대 학생 40여명은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등록금’, ‘이자가 성큼성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등록금 동결 및 등록금 상한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관련법 수정을 촉구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움직임 속에서도 정작 대학측은 요지부동이다. 일부 대학은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기보다는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등록금 고지서를 등록금 납부일정을 코 앞에 두고 배포해 학부모들의 반발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억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학기 초에 5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측의 늦장 등록일정 고지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경기대, 경희대, 단국대, 인천대, 인하대, 아주대 등은 2010학년도 등록금을 책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문제로 대학측과 학생회 간에 갈등을 빚고 있어 학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6일 등록금상한제도가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대학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등록금을 ‘규제’하는 것은 대학자율화에 침해된다”고 입장을 표명해 놓고 있는 상태다.
재단전입금을 두둑히 쌓아 놓고도 매년 등록금을 인상해온 대학측의 제대로된 변명이라도 듣고 싶다. 학생들이 외면해 도태되는 순간에도 언제까지 대학교육의 질을 운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