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예총 회장인 김훈동씨가 평생 모은 잡지 9천458권을 수원시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9일 시청 상황실에서 소장 잡지 기증식을 갖고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던 잡지 창간호와 희귀본을 비롯한 소중한 자료들을 대거 기증한 것이다. 김 회장이 기증한 잡지는 일제강점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각종 잡지의 창간호가 많아 잡지사 연구에 많은 가치가 있으며, 농업 관련 잡지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기별로는 일제 강점기 11권, 1950년대 98권, 1960년대 251권, 1970년대 777권, 1980년대 2천334권, 1990년대 3천713권, 2000년대 2천274권 등 실로 엄청난 분량이다.
한 개인이 이토록 많은 잡지를 모은 열의도 놀랍거니와 평생을 같이 해온, 그리고 세속적으로 금전가치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잡지들을 흔쾌히 기증한 김 회장의 용단에 뜨거운 박수와 함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기증식에서 그는 눈물을 보일까봐 부인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해 김 회장 부부가 얼마나 잡지들을 아끼고 정성껏 관리해 왔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이 잡지들은 수원박물관이 관리하게 됐는데 앞으로 김 회장의 기증 잡지를 전시해 공개하고, 연구 자료로 활용해 가치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 기증물품들을 일목요연하게 내용별로 분류 정리해 기증자료 목록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가 잡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부터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로 농업잡지 창간호가 필요해 국립도서관에 갔는데 그곳 직원이 “잡지 따위를 도서관에 보관하느냐”는 핀잔에 충격을 받아 지난 1968년부터 잡지 창간호 수집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수집한 양도 엄청나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잡지협회 등지에도 없는 희귀본이 상당수이고, 이것들 모두가 창간호라고 한다. 김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로 창간호만 수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잡지 창간호는 그 당시 태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 존재하고, 1~3년의 기획 기간이 농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왜 하느냐는 주변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는 전국의 고서점과 고물상 등지에서 잡지들을 수집했고, 잡지를 사기 위해 결혼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기도 했다고 한다. 잡지 때문에 이사 한 번 하지 못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어찌 보면 인생의 전 재산이었을 잡지들을 흔쾌히 기증한 김 회장의 무욕과 향토사랑의 마음은 영원히 수원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