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구 한 쪽방에서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2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A(63)씨는 올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했다.
공사장에서 노동일을 하며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왔지만, 요즘은 단돈 만원을 벌 수 있는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남에게 도움받는 것이 싫어 죽자사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버틴 세월이지만, 지금은 입에 풀칠할 정도의 가난만 남아 있을 뿐이다.
A씨는 “큰돈은 벌지 못해도 항상 소일거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고 이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와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했다”면서 “공과금 고지서가 쌓여 가는데 무서워서 뜯을수도 없고 앞이 캄캄할뿐”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지역 도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도내 기초생활수급권자는 20만9천86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도내지역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총 12만2천179가구에 20만9천865명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일반수급자가 19만2천955명으로 전체의 91%에 달했으며 시설수급자가 1만964명으로 5%로 조사됐다.
시군별로는 성남시가 1만44가구에 1만6천86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산시 9천698가구에 1만7천374명, 수원시 9천121가구에 1만5천657명, 부천 8천899가구에 1만5천282명 등의 순이다.
한 시민단체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을 촉구하며 청원 서명에 들어갔다. 시행 10년째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지원 제도로 자리 잡도록 문제점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적극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쪽방촌’ 기초수급자, 노숙인 등을 중심으로 청원 서명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빈곤사회연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으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인구의 3퍼센트 수준밖에 포괄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청원 서명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기초법이 올해로 시행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초생활보장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기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도 시행 10년, 여전한 사각지대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은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낮은 기준선과 제도의 독소 조항으로 인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의 한계로 발생한 사각지대를 메우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빈곤선 도입 ▲선정기준에 있어서 부양의무자기준의 개선 ▲급여기준에 있어서 추정소득부과 폐지 ▲소득에 따른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건부과수급조항의 폐지 ▲급여에 대한 고지의무화, 이의신청기간제한 폐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수급당사자 참여 등 수급자 권리 강화 ▲주거상실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주거대책 마련 ▲빈곤실태조사를 통한 국민기초생활보장계획 수립 의무화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후 보루로 기능해야 하는 제도”라며 “하지만 현 정부는 제도의 근본적인 수정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한시생계비지급,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한시적 대책으로만 대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빈곤층을 제도 안으로 유도해야 할 행정기관이 도리어 제도 적용을 더욱 엄격하게 운영, 보호받아야 할 빈곤층의 제도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감 경기 바닥인데, 생활보호대상자는 준다고?
더구나 정부는 2010년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수가 감소될 것을 전망하며 확대했던 예산편성을 축소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 때문. 이들은 “하지만 실업률이나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지표의 회복 속도는 사회복지수준을 나타내는 사회지표의 회복 속도를 앞지른다”며 “정부 예산논리에 따라 제도가 좌지우지되지 않고, 빈곤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기초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경제 지표는 오르고 있다지만 체감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빈민층을 위한 수급제도는 확대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수급권자에게는 부양가족이 있어서도 안 되고, 중고차가 있어도 안 된다”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누구나 적용될 수 있는 제도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기초생활수급권자의 대부분이 노인인구이거나 경기침체로 갑작스런 실직이나 도산에 따라 가족관계가 해체되거나 사고와 질병 등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하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유입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면서 “앞으로도 수급권자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