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4개월 동안 시·군별로 실시되는 희망근로 사업 참여 신청자 경쟁률이 많게는 6.9대 1(수원시), 적게는 2.1대 1(연천군)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업 개시 10여일 전까지 취업 신청자가 19.4%에 불과해 대상자 선정은 뒷전인 채 참가자 끌어 모으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경기도는 올해 도비 1천207억원, 시·군비 300억원 등 모두 1천507억원을 들여 2만219명을 희망근로 사업에 취업시킬 계획이다. 희망근로 사업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히 마련된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대책이었다. 경제 사정이 나쁘기로 말하면 지난해가 올해보다 훨씬 나빴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취업 희망자가 예상밖으로 적어 정부 계획이 빗나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있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뽑는 따위의 단순 노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일종의 체면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홍보 부족 탓이었다. 지난해의 경험은 희망근로 사업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모르긴해도 올해 취업 신청자는 지난해 취업 경험자가 주류를 이루고, 경험자를 통해 사업 내용을 알게 된 이웃들이 대거 신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육신의 고통 없이 그냥 먹고 사는 방법은 없다. 식솔의 생계자금이나 개인의 용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하고, 비록 그 일이 고되고 남루해 보인다해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는 용기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근로 사업은 노동의 신성성을 재인식시키고,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평균 3.9대 1이나 되는 취업 희망자 선정의 어려움이다. 왜냐하면 취업 신청자 4명 가운데 3명은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고 탈락할 수밖에 없는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희망근로가 단기 취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불가피해진 이상 여기서도 취업의 문이 얼마나 좁은 것인지를 실감시킨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이 3만5천800여명(45.8%), 60~64세가 1만2천200여명(16.9%), 50대가 1만6천400여명(20.9%)으로 고령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고령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들의 생계 및 생존환경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이다. 경쟁자가 많다고 해서 취업 정원을 늘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군이 긴장해야할 일은 취업자 선정을 공정무사하게 하는 일이다. 가난 때문에 허드렛일을 감수하고자한 그들에게 억울한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