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본 사설란과 기사를 통해 수차례 기업형 슈퍼마켓, 즉 SSM이 소상공인들에게 끼치는 폐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기업들의 SSM에 대한 욕심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가세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SSM은 지난해 11월 10일자 사설에서도 우려를 표한 바 있지만 지역 재래상권을 말살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렇듯 골목 안 구멍가게나 재래시장 등의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대기업 중심으로 독과점이 형성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골목상권까지 진출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생계형 슈퍼나 반찬가게 정육점, 채소가게 등은 견뎌낼 방법이 없다. 수원시 권선구 금호동의 경우 유동인구도 없고, 대형 상권이 형성될 만한 규모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SSM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중소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은 SSM이 생기면 주변 상권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달 25일 호매실동 LG 삼익 아파트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SSM 입점반대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지역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서면 호매실 지역 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영업 중인 대부분의 슈퍼마켓, 정육점, 청과물, 제과점 등 동종 업종은 매출급감으로 영업을 포기해야 한다며 입점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SSM 개점 저지를 위한 집회는 수원뿐만 아니라 부천, 인천 등지에서도 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경기·인천지역을 비롯 전국 3천여 명의 소상공인들이 영업장의 문을 닫고 모여 ‘SSM 허가제 도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매년 수십만 명의 자영업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서민경제의 붕괴를 뜻한다. 이에 벼랑 끝에 몰린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장외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하루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살아가는 이들이 명줄 같은 장사도 접은 채 추운 거리로 나서 하소연을 하겠는가. 서민들이 외치는 생존권 보호의 목소리가 공허한 울림으로 사라져 버려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또 대기업들은 서민들의 밥줄까지 가로채 가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졸부와 같은 짓을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사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