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0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 봄

이창식 주필

봄은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 전까지로 음력 1월에서 3월까지가 해당된다. 한자 ‘봄(春)’은 태양의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 나오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봄은 첫째 번 계절일 뿐만 아니라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긴 말이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한다”는 ‘일년지계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이다. 입춘은 농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 조정에서는 제술관(製述官)에게 하례시를 짓게 하여 그 중에서 빼어난 시를 뽑아 연잎이나 연꽃 무늬를 그린 종이에 옮겨 대문이나 대들보, 기둥에 붙였다. 이것이 입춘첩(立春帖)이다. 봅철의 명절로는 정월 대보름과 2월 초하루, 그리고 3월 삼짇날을 들 수 있다. 열나흗날 농가에서는 벼가릿대를 세워 풍년을 빌고, 가수(嫁樹)라하여 대추나무, 감나무, 밤나무 등의 과일 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열매가 많이 열기를 빌었다. 이는 남녀 간의 성행위를 상징하는 주술행위로 풍요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의 왕은 연두행사로 초목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 길일을 골라 상제에게 풍년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고문헌 ‘문자(文字)’에 “정사(政事)를 봄에 그르치면 천체의 운행에 이상이 생겨 사철이 어긋난다. 봄의 정사에 실수가 없어야 곡식이 자란다.” 할만큼 봄을 중시하였다. 분명 봄은 소생, 시작, 희망을 가져다 주는 약동의 계절이다. 그렇다고 해서 봄이 모두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의 봄은 곤궁의 상징이었다. 많지 않은 식량은 겨울을 나며 바닥이 나고 봄에는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워 초근목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만 했다. 이름하여 보릿고개, 춘궁기(春窮期)였다.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 “봄 사돈은 꿈에 보아도 무섭다”, “봄에 의붓아비 제사 지낼까” “봄 돈 칠 푼은 하늘이 안다”는 속담이 이 때 생겨났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은 ‘춘곤(春困)’에서 “초근목피에 주린 배를 채우면 메숙메숙 생목만 올라... 노고지리는 포만증을 새기느라 진종일 울어야 하지만 아예 배고픔을 내색하지 않는 문둥이는 얼마나 울어야 하는 이야기인가. 굶주림은 죽엄보다 무서워....”라고 노래했다. 영원한 빈곤이 없듯이 영원한 풍요도 없다는 것 되새길 때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