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한지 4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매머드 공공기관들이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분류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대체 이들 청사들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시공과정을 거치는 동안 친환경 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관계기관 검증절차를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호화판 청사들이 한결같이 ‘친환경 건축물’을 자초해온 점을 감안할 때 실망감을 넘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청사 246개(광역 16개, 기초 230개)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상위 30개 기관 가운데 10개가 지난 2005년 이후 신축된 청사였다. 최근 지자체들이 신청사를 지으면서 외벽을 유리로 치장하고 청사 내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지나치게 호화판이라는 비판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인해주는 것으로 공직세계의 근본적인 의식개혁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함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청사중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높은 곳은 용인시청으로 3천375kgoe(석유환산킬로그램)이었고, 2위는 이천시청(2천198kgoe), 3위는 천안시청(1천916kgoe), 4위는 경기 광주시청(1천850kgoe)이었다. 호화 청사로 지목됐던 용인시와 이천시, 광주시청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청사 중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높은 청사로 지목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용인시청사는 2005년 7월, 이천시청사는 2008년 3월, 광주시청사는 지난해 4월 각각 신축된 5년 미만의 최신 건축물이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높게 발표된 청사의 경우 열 효율보다는 외관 디자인을 강조해 외부벽면을 유리로 덮은 ‘올글래스 커튼월’ 구조와 넓은 내부 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글래스 커튼월 구조는 일반 단열벽체에 비해 열손실이 6~7배 취약하고 여름철에는 복사열이 실내로 투과되면서 온실효과를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에너지사용을 작년대비 10%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월중 공공건물 에너지사용 온라인 점검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고 한다. 지자체 신청사 건축 심사 때 창 면적비를 50% 미만으로 하는 등 에너지절약형 설계조건을 부과하고 대기전력 자동차단장치 설치를 의무화활 방침이다.겉멋만 부리던 초호화 청사 유지에 들어가는 과도한 에너지 비용을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