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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주감(酒鑑)

이창식 주필

어떤 주선(酒仙)이 “술은 우아하고 호쾌하다. 그러나 추잡하면서 난잡한 것도 술이다.”고 했다. 술의 양면성 탓이 아니라 사람의 변덕스러움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딴엔 그렇다. 술은 인간을 신선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개찬반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생긴 것이 주도(酒道)인데 세상이 바뀌면서 있으나마나한 것이 되고 말았다. 중국의 고조 탕루쑨(唐魯孫)은 그의 회고록 ‘주화연편(酒話連篇)’에서 여덟가지 음주벽을 소개했다. ①독서나 글을 지울 때 마시는 독작(獨酌), ②호롱불 켜놓고 다정한 친구와 주고 받는 천작(淺酌), ③푸른 산 맑은 물 벗삼아 마시는 아작(雅酌), ④마음이 통하는 친구끼리 의기투합하여 마시는 호음(豪飮), ⑤격정이 솟구치는대로 마시고 뒷일일랑 생각하지 않는 광음(狂飮), ⑥주량이 바다와 같아서 한 되 술도 좋고, 두 되 술도 좋은 여음(餘飮), ⑦일이 잘되어 기분 좋아 마시고, 일이 꼬여 답답해 마시는 통음(痛飮), ⑧잔칫집이나 고희연에서 가위보 따위로 술을 마시며 즐기는 창음(暢飮) 등이다. 앞의 작(酌)자가 붙은 셋은 매우 점잖고 우아한 고전적 음주법인데 뒤의 음(飮)자가 붙은 다섯가지는 떠들썩하고 품위가 덜한 술판이다. 술버릇은 나라, 사람마다 다르다. 마시고 떠드는 다변형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분위기를 즐기는 사색형이 있다. 까닭 없이 웃는 홍소(洪笑)파가 있는가 하면 슬피 우는 낙루(落淚)파도 있고, 말꼬리를 잡다 싸우는 폭력형이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말참견하는 잔소리꾼도 있다. 술은 비(悲)·환(歡)·이(離)·합(合)·희(喜)·노(怒)·애(哀)·락(樂)의 7정(情)과 색욕(色慾)·위의자태욕(威儀姿態慾)·언어음성욕(言語音聲慾)·세활욕(細滑慾)·형모욕(形貌慾)·인상욕(人相慾) 등의 6욕(慾)을 자의자재로 자극한다. 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번번히 술에 정복당한다. 술을 즐길지언정, 술을 괴롭히지 말아야 하는데 술을 괴롭히니까 술이 화를 내는 것이다. 술을 화락의 매개로 삼을지언정, 화풀이 도구로 삼지는 말아야 하는데 속좁은 인간들은 술을 적대적 공격 수단으로 이용한다. 술 맛을 모르는 사람도 불쌍하지만, 술 멋을 모르는 사람은 더 불쌍하다. 주감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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