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 연휴가 토·일요일과 겹쳐 다른 해보다 짧다. 따라서 귀성길이 먼 사람들은 꽉 막힌 길을 따라 고향에 오고 가느라 휴식은커녕 피로가 더해져 더욱 지칠 수가 있다. 사흘밖에 안되는 설연휴이다 보니 오히려 연로하신 부모님이 자식들이 사는 도시로 올라와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사실 늙은 부모가 자식들 집에 와서 차례를 지내는 이른바 ‘역귀성’ 현상은 몇 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모두 본인보다는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님의 넓고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차례는 명절에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고 추모의 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족의 오래된 미덕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고 차례의 풍습도 바뀌고 있다. 먼저 가족의 구조가 달라졌다. 예전 농경이 위주였던 시대에는 보통 3대가 한 집에 사는 대가족이었고 게다가 자녀수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 농촌엔 노인들만 있다. 젊은이들은 직장과 사업, 또는 자녀들의 학교문제 때문에 거의 모두 도시에 살고 있고 자녀도 한두 명만 낳는다. 이대로 가면 몇 십 년 후에 제사나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가꿔줄 후사가 끊기고 족보도 끊길 우려가 높다.
올 설 연휴가 짧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해외나 국내 여행을 떠나거나 휴양림에서 콘도미니엄을 얻어 가족끼리 휴식을 취하며 차례를 지내는 이들이 많다.
인터넷에는 가족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하루 전에 차례를 지내도 되는 지, 해외 여행지 호텔이나 국내 콘도미니엄에서 차례를 지내면 안되는 지 등의 질문이 올라온다. 어디서든지 조상님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향교의 한 관계자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모신다고 하여 조상님들께서 화내실 일이 아닐 것이다. 어디서 하던지 정성된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밝히고 있다.
요즘 설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해 손수 차례상을 챙기기 힘든 젊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차례상 주문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차례음식을 콘도로 갖다달라거나 터미널로 몇시까지 보내달라는 주문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 차례상 대행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한 전통제사음식 인터넷 대행업체는 한 달 전부터 대부분 주문예약을 받아 이미 90% 이상이 마감된 상태라는 소식이다. 달라진 명절 풍속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으므로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