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당수동에 있는 경기대명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0일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전국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인 대명고 졸업생 30명이 부모님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을 가진 것이다. 졸업생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버지, 어머니의 양말을 벗겨 드렸다. 부모님도 아들, 딸이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발을 닦기 시작하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묵묵히 자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파주시소재 법원여자중학교는 11일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서 하는 졸업식 대신 1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담임선생님과 학급 친구들과 같이하는 반별 졸업식을 열었다. 각 학급에서는 지난 3년간 선생님들이 수시로 촬영했던 학생들의 생활 모습이 동영상으로 상영돼 참석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상영한 동영상은 CD로 제작해 졸업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선물로 줬다.
고양시 풍산초등학교는 10일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꿈잔치’라는 주제로 졸업식을 열었다. 과거의 졸업식이 일부 학생들에게 외부기관 상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학교장이 졸업생 한명 한명에게 저마다의 특기를 칭찬하는 상장과 졸업장을 직접 전달했다. 그러는 동안 강당의 대형 스크린에는 담임선생님의 졸업 축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과 졸업생들의 사진과 꿈, 졸업 소감이 소개됐다. 졸업생 237명 모두는 자신의 꿈이 담긴 계획서를 상자에 담아 학교에 보관했다. 꿈 상자 개봉은 20년 후인 2030년 2월 16일이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최근 일부 중·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졸업식 뒤풀이가 도를 넘고 있다. 단순히 볼썽사납다는 정도를 넘어 난동과 폭력으로 경찰이 동원돼야 할 지경이 됐다. 최근 한 무리 학생들이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찢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충격을 줬다. 고양 지역 한 중학교의 졸업식 알몸 뒤풀이가 선배들의 강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학교생활을 뒤돌아 보고 새출발하는 의미를 지닌 졸업식이 일부 학교에서 막장소리가 날 정도로 퇴폐적이고 부도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잘못이다. 졸업식과 졸업식 뒤풀이가 폭력과 일탈을 빚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졸업식 날이 무섭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나와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건전하게 해방감을 분출할 수 있고, 오래도록 마음 깊이 기억할 수 있는 축제로 졸업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앞장서서 함께 고민하고, 분위기를 유도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