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에 위치한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 강당에서는 (사)한국작가회의 제23차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고은, 민영, 백낙청, 신경림 선생 등 원로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총회에서는 작가회의를 이끌 신임 이사장에 구중서(74) 문학평론가를, 사무총장에 김남일(53) 소설가를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금년도 예산안이 처리되고 이어 기타 토의가 시작되면서 지난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가회의에 보낸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문예지원금 및 보조금 반환은 물론 관련된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 제출 요구에 대해 분노하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작가회의 집행부는 그동안 강력히 반발해 실무자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이날 총회에 참석한 작가들은 ‘이 확인서는 각서다’, ‘돈으로 작가를 길들이려고 하는 행태다’ 등의 발언과 함께 자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문화적 행정폭력에 굴하지 않고 지원금을 거부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반문화적 탄압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키로 결의했다.
그동안 57호를 발행한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의 출간과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같은 국제적 행사 등이 차질을 가져올 것이 확실함에도 작가들은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으며 도리어 작가 본연의 양심과 사상에 따른 반문화적 권력에 대항해 투쟁의 길을 택했다.
더구나 익명의 원로 작가는 선뜻 보조금 액수인 3천400만원을 사비로 지원하겠다고 전하며 자본의 논리로 작가를 길들이려는 이 정권에 저항했다.
당연한 결과다. 굶어 죽더라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작가 정신이며 스스로 감옥 갈 것을 알면서도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작가적 양심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알량한 지원금 정책으로 문화예술단체를 길들이려는 작태를 버리고 국회 또한 제대로 된 법 제정을 통해 정권에 의해 창작의 자유가 침해받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