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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생각하는 벌

안병현 논설실장

교육목적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아동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 벌어진다. 고통을 줌으로써 올바르지 않은 행위를 억제하려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체벌을 당하는 아동의 입장에서는 고통과 함께 두려움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체벌을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항상 논란의 중심거리가 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체벌은 달초(撻楚) 또는 초달이라고 하는 회초리 매이다. 조선시대 서당에서는 전날 배운 학과를 다음날 학우들이 열좌한 가운데 책을 덮거나 등지고 앉은 채로 배강(背講)하는데, 이를 못하면 목침 위에 서서 훈장으로부터 달초를 받았다. 이것은 서당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체벌이었으며, 가정에서도 자녀의 잘잘못을 일깨워 주는 교육적인 기능으로 존재하여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선생으로부터 달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체벌을 경험하면서 무서운 학교를 다녔으나, 광복 후 체벌이 민주주의 교육에 어긋난다 하여 금지되었다. 최근에는 학부모의 자녀 과잉보호에 따른 비뚤어진 교육관에 대하여 학교에서 사랑의 매로 체벌을 실시해야 한다는 체벌타당론도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마련중에 있는 학생인권조례에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1979년에 모든 체벌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 등에서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 체벌이 용인되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이현중학교는 올해 졸업생의 10%인 42명이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하면서 명문고로 떴다. 이 학교는 ‘생각하는 벌’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2007년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학칙이나 에티켓을 어긴 학생들에게 체벌 대신 행동교정을 유도하는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은 대화를 통해 드러내지 못했던 부분들을 마치 고해성사하듯이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교사들도 이런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 나아가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체벌이 교육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체벌을 가하는 사람과 당하는 아동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인격이 존재할까.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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