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오산시 행정구역 자율통합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시의회와 오산시의회가 22일 반대 의결했기 때문이다. 세 도시가 통합됐으면 면적 852㎢에 인구 175만명의 거대도시가 탄생할 뻔했다. 통합논의는 지난해 10월 24일∼11월 6일 행안부가 행정구역 통합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원 62.3%, 화성 56.3%, 오산 63.4%의 찬성률을 보임으로써 추진됐다. 그러나 결국 수원시의회만 찬성했을 뿐 화성·오산시의회가 반대 의결함으로써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민투표는 비용과 투표율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행안부 관계자가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찬성을 한 수원시 입장과 반대한 화성시, 오산시 가운데 어느 도시를 두둔하거나 비판해서는 안될 것이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비판받을 대상은 통합 추진과정에서 보여준 행안부의 자세다. 지난해 11월 10일 행안부는 수원과 화성, 오산을 포함한 행정구역 통합대상 6곳을 발표한 바 있다. 행안부는 지방의회가 의결할 경우 통합이 이루어지고, 반대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여부를 결정하여 오는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 자치단체가 7월 정식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안부는 이어서 의회 의결로 통합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스스로 내건 통합의 원칙을 입맛대로 바꾼 것이다. 애초 행안부는 찬성 비율 50%가 넘는 지역을 통합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조사가 진행되자마자 찬성이 반대보다 높은 지역은 모두 포함시키겠다며 그 기준을 바꿔 버렸다. 통합 추진과정도 자치단체와 의회가 주도하고 정작 통합의 주체인 주민들이 배제되는 등 공론화 절차가 생략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합논의가 본격화된 뒤 지금까지 지역 최대현안으로 부각됐지만 공론화 절차가 생략되며 지역간 반목 등 후유증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각 자치단체간의 불화도 그렇지만 특히 통합에 찬성하는 화성 동부권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까지 개최한 바 있어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행안부는 막대한 재정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 운운하며 통합 효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기에만 급급했지 통합이 무산된 뒤의 주민·지역 간 갈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됐건 오락가락하는 행안부 때문에 오랜 세월 같은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는 수원·화성·오산 주민들의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