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그가 41세 때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는 다분히 감상적이다. 오늘날 경기침체와 고용악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는 도시의 삶을 버리고 농촌이나 어촌으로 돌아가는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과는 괴리가 있다. 물론 귀농이나 귀어를 택한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짓지’라는 쉬운 생각을 갖고 있거나 준비도 없이 농촌에 대한 목가적인 환상에 젖어 농촌으로 내려가려는 사람들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얼마 전 귀농이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끈 적이 있지만 평생을 농업에 종사한 사람들도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논과 밭을 갈아엎거나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따라서 귀농인들이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내려가도 농촌의 현실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성공한 귀농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귀농과 마찬가지로 최근 어촌으로 돌아가는 ‘귀어가구’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산업의 경우 어선과 양식장 등의 기반이 없이는 진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귀어가구’의 조기정착을 위해 창업자금과 주택구입비를 저리로 융자해주는 등 맞춤형 지원정책이 마련된다는 소식이다. 경기도수산사무소가 어촌으로 귀향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안정적 어촌 정착을 돕고자 창업 및 주택 구입자금 지원사업자 신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청자격이 정해져 있다. 2005년 1월 1일부터 신청일 전에 세대주가 가족과 함께 어촌으로 이주하여 실제 거주하면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귀농’도 어렵지만 ‘귀어’는 더욱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들의 각종 대책들이 계속 나오고 주말과 휴가철을 바다에서 즐기려는 국민들이 더 많아 질 것이다. 그렇다면 면밀한 계획 수립과 신중한 결정을 통한 ‘귀어’도 생각해 봄직하다. 사실 어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순하게 물고기를 잡는 것도 있지만 양식과 수산물 가공, 염업도 있다.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됨에 따라 휴양객들을 위한 체험과 숙박 사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귀어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제공과 함께 예산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