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에 가까운 대학등록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한 몫돈을 마련하기도 힘들뿐더러 고액을 처리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학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여러 해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요즘 대학 등록금은 연 1천만원, 한 학기에 500만원 안팎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한국 대학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대학생 자녀를 2명 둔 학부모라면 단번에 1천만원 상당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작년 말 기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4곳을 포함해 72곳으로 집계된다. 51개 전국 국ㆍ공립대 중에서도 전북대와 한국교원대 등 9개 대학만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할 뿐이다. 결국 550여개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등록금넷과 한국대학생연합은 이화여대, 숙명여대, 고려대, 홍익대, 한양대 등 등록금 상위 10위권 대학(2009년 기준)을 포함해 신용카드 수납을 거부하고 있는 10개 대학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법은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물품 판매나 용역 제공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신용카드 수납 때 드는 수수료(1.5∼3.5%)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카드로 등록금을 내면 학기마다 수억원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신용카드 납부 거부시 따르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내는 게 수억원 손실보다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물론 대학 재정 중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국내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정 결손만 따지고 학생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는 대학의 계산법은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학부모들도 매학기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대학과 학부모 사이에 수년째 되풀이되는 공방만 지켜볼 게 아니라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나눠낼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학은 수수료 부담을 내세워 학생과 학부모의 고충을 더 이상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 정부, 카드회사,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대학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든지, 공동 분담하든지 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