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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백가반(百家飯)

이창식 주필

모레(28일) 대보름이 지나면 보름 동안의 설 잔치도 끝이난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명절의 마무리를 예사로 하지 않았다. 요새말로 하면 휘날래를 의미 있게 장식했다. 14일 저녁이나 15일 아침에 아이들은 남녀 가림이 없이 채바퀴나 얼맹이 또는 조리 따위를 가지고 보름밥을 얻으러 다녔다. 이름하여 조리밥이다. 옛날부터 환자는 병을 고치기 위해 조리밥을 얻어 먹었는데 셋 또는 일곱 집의 밥을 얻어 먹어야 효험이 있다고 했다. 조리밥을 먹으면 병이 낫고, 특히 더위를 안먹는다고 믿었다. 여러 집의 밥을 얻어 먹는 것은 조리밥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백가반(百家飯)이란 것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백 집의 밥을 얻어 먹는다는 뜻인데 실제로 백 집의 밥을 얻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여러 집이라는 뜻의 과장이다. 그런데 전라도 지방의 백가반 풍습은 여느 지방과 달리 해학적이어서 흥미로웠다. 즉 백가에서 얻어온 밥을 디딜방아의 다리에 앉아 먹었다. 또 봄을 타 피부가 검어지고 야위어 미르는 어린이는 얻어온 밥을 개와 함께 먹게 하였다. 이때는 절구에 개와 함께 걸터 앉아 먼저 개에게 한 숟갈 먹이고 자기도 한 숟갈 먹는데 이렇게 하면 앓던 병이 낫고 다시는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같은 습속은 조선 시대의 학자 유득공(柳得恭)이 지은 ‘경도잡지(京都雜志)’에 기록되어 있다. 개와 함께 밥을 먹게 한 것은 귀한 자식일수록 천하게 길러야 내성이 생기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병에 걸리지 않고 장성할 수 있다고 믿는 벽사와 기복(祈福)에서 생긴 풍습인데 온실과 노지의 이치로 따지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보름의 대미는 부럼 깨기로 끝난다. 보름날 새벽에 잣·날밤·호두·은행·땅콩 따위의 경과류를 나이 수대로 깨물면 일년 열두달 부스럼 따위가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부럼은 단 번에 깨물되 첫 번째 것은 “부럼 나가라” 하고 마당이나 지붕 위에 던지거나 껍질을 벗겨 먹었다. 그런데 요즘 시중에서 유통되는 부럼의 대부분이 수입한 것들이라니 정통 지키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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