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는 대보름 행사들이 열렸다. 친목회나 동창회, 동네의 윷놀이를 비롯해 마을 대동잔치, 구나 시단위의 민속놀이 한마당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흥청거렸다. 대보름은 설날, 추석 등과 같이 우리 민족의 명절로 다채로운 민속이 전해진다. 대보름날의 풍속과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 세시풍속의 절반이 넘는데 이것은 정초와 대보름 명절이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럼깨기, 더위팔기, 귀밝이술마시기, 시절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먹기와 달떡을 먹으며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의 대보름 행사가 펼쳐진다.
경기도 내에서도 이날 수많은 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수원시는 2월 28일 오후 화성행궁 광장에서 풍년기원과 민속체험, 부럼깨기 등으로 꾸며지는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을 펼쳤으며 같은 날 고색동에서도 고색동 민속줄다리기 행사가 펼쳐졌다. 또 이보다 앞선 26일에는 금호동에서 칠보산달집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성남시도 같은 날 분당구청 앞에서 대보름 행사를 열었으며 시흥시도 27일 포동운동장에서 정월대보름제를 가졌다. 이밖에도 군포시, 양평군, 오산시, 화성시 등 도내 곳곳에서 대보름 행사가 줄을 이었다.
이 많은 행사들 가운데 눈에 띄는 행사는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열린 ‘고색동 민속줄다리기(코잡이 놀이)’였다. 이 행사는 고색동 마을 한가운데 모든 주민이 모여 굵은 줄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한다. 원래 정조대왕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왔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한때 중단되었던 것을 90년대 뜻있는 청년들에 의하여 다시 부활한 의미 있는 전통행사로서 수원시 향토유적(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줄다리기는 일년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고, 액을 막으며 동네의 평안을 기원한다.
수천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름 60~70cm에 길이 30여m의 대형줄 2개에 수백명이 두패로 나눠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뿐만 아니라 행사 당일에는 주민들이 모든 관람객에게 국수, 떡 등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줄다리기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므로 그야말로 ‘대동축제’의 장을 이룬다. 도내 곳곳에서 대보름 행사가 열렸지만 고색동 민속줄다리기를 주목하는 것은 이 행사가 처음부터 마을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기획되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는 이런 것이다. 주민들이 나서야 진정한 축제가 된다. 마지못해 하는 관주도 행사는 예산만 낭비하므로 안 하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