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종말을 다룬 영화 ‘2012년’을 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대규모 화산폭발과 지진, 그로인한 엄청난 해일이 일어나 지구의 최고봉인 히말라야까지 집어 삼킨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가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게다. 물론 영화이긴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보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일본의 고베지진과 아이티의 지진, 그리고 칠레의 지진, 그리고 미국과 동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를 보면 영화 ‘2012년’이 완전히 픽션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월 9일 경기도 시흥시 북쪽 8km 지점에서 3.0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동이 2~3초 동안 지속돼 건물이 흔들렸다. 이날 지진은 올 들어서만 7번째(2월9일 기준)다. 지난해에는 60회로 가장 많은 횟수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중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8회, 유감지진(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총 10회였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지진발생 빈도를 보면 ▲2000년 29건 ▲2001년 43건 ▲2002년 49건 ▲2003년 38건 ▲2004년 42건 ▲2005년 37건 ▲2006년 50건 ▲2007년 42건 ▲2008년 46건등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어 일본이나 아이티와 같은 판 경계지역보다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규모 6.0 이상의 피해지진 발생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절대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지진 기록이 많이 나온다. 1692년 11월 2일 서울지역에서 큰 지진에 발생했는데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지진을 감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1643년 7월 24일에는 경북 경주 근처에서 지진이 발생해 각지의 봉화대가 무너지고 울산에서는 땅이 갈려져 물이 솟아났다는 기록이 있고, 1681년 5월 11일 강원도에서 지진으로 담벽이 붕괴됐다는 기록도 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다. 당시 가족들은 나무와 흙으로 지은 단층 건물이 대부분이어서 그나마 피해가 덜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멘트로 지은 고층 건축물이 많아 강도가 높은 지진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일본의 경우 건물이나 교량, 고가도로 등에 내진설계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건축물들이 허다하다. 따라서 완벽한 국가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축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등 사전에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