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경칩이다. 원래 경침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인데 개구리가 대표 주자가 되어 버렸다.
개구리는 맹꽁이, 매미, 뻐꾸기 같이 의성어에 명사형의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이다. 개구리 울음 소리가 개굴개굴 하기 때문에 명사형 접미사 ‘이’를 더하여 개구리가 된 것이다.
개구리는 신화에 등장한다. 늙도록 후사가 없어 근심하던 부여왕 해부루는 산천에 치성하여 자식 태어나기를 빌었다. 타고 가던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바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그 바위를 들쳤다. 바위 밑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 애를 얻었는데, 이가 바로 해부루의 뒤를 이은 부여 금와왕(金蛙王)이다.
중국에서는 개구리가 울면 비가 내리는 현상을 인용해, 가뭄이 들면 북에 개구리를 그려 두드렸다. 북소리는 천둥과 비슷해 개구리가 울게 되고 개구리가 울면 비가 내린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 즉 전와(井蛙)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하나 밖에 모르는 소견이나 식견이 좁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인데, 우리 주변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이 꽤 있어 보인다.
동심의 세계에서는 요란한 개구리 소리도 노랫소리로 들린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개굴 개구리 목청도 좋다.’ 이동환의 개구리다. 인도의 성전 리그베다에는 개구리를 대지 모신의 사제로 보고 그를 찬양하는 노래가 수록돼 있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하늘이 대지에 베푼 풍요로움의 약속에 대한 감사의 노래로서 겨울 동안 매말랐던 대지는 이 개구리 울음소리아 함께 새로 깨어 난다고 믿는 것이다. 경칩날에 개구리 알먹기라는 게 있었다. 탈피(脫皮)와 갱생을 되풀이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인 개구리 알을 먹는 것인데, 이는 인간의 불노장생(不老長生)을 희구하는 원시신앙과 관련이 있다. 또 개구리 알은 피병(避病)과 피사(避邪)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 아무튼 개구리는 봄의 전령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