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최대 화두는 녹색혁명 또는 녹색성장이다.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인간의 마구잡이 개발로 인해 망가진 자연을 살리자는 정책의 일환이다. 녹색은 한자 초록빛 綠(록)과 빛 色(색)의 합성어이다. 녹색은 청색과 황색의 중간색으로 木靑(목청) 또는 翠綠(취록)이라고도 한다. 녹색은 빨강이나 노랑보다는 멀고 작은 느낌을 준다. 색의 이미지는 안전과 진행 및 구급과 구호의 의미가 강해 대피소, 비상구, 보호기구 상자, 구호소 등의 표지로 쓰인다. 녹색은 절개와 영생을 상징한다. 옛날 혼인 의례 때 초래상에 소나무 가지와 상대나무 가지를 올렸다. 지조와 절개를 지키고 오래토록 생기를 간직하라는 뜻이다. 녹색은 장수를 뜻한다. 회갑 따위의 잔칫상 국수에 미나리, 실파, 쑥갓, 오이 등의 오색 고명을 올리는데 이는 장수를 바래서이다. 녹색이 노상 좋게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 송나라의 朱子(주자)는 “청색이나 황색이 正色(정색)이고 녹색은 그 間色(간색)이다. 또 청색은 귀하나 간색은 속되므로 귀한 것에는 녹색을 쓰지 마라”고 했다. 때문에 옛날 중국에서는 천민이나 기녀의 가족은 녹색 두건을 쓰도록 하여 일반인과 구별하였다. 일본은 다르다. 초여름에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을 ‘녹색바람’ 푸른 하늘을 ‘녹색하늘’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녹색의 순수함을 상징한다. 서양인들은 하늘빛과 풀빛(녹색)을 엄격히 구분한다. 하늘빛을 상생의 세계로 인식한다면 풀빛(녹색)은 현실로 인식한다. 우리는 대개의 경우 푸른색 하나로 통한다. 먼 하늘, 먼 산, 먼 바다를 푸르다라고 한다. 녹색은 푸른색이 나타내는 하늘과 노란색이 나타내는 땅이 섞인 색으로 선비의 색으로 보기도 한다. 오늘날 녹색은 환경 보전정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을 제한해 녹지를 보전하는 그린벨트가 생겼고 산업화에 반대하는 독일의 녹색당이 출현했다.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핵 산업과 개발에 반대하는 그린피스는 이미 전 세계에 조직망을 확보하고 활동 중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녹색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