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패전의 수모를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군국주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그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바로 그날, 참의원이 군국주의 회귀의 발판이 될 이른 바 유사법제를 통과시켰으니 충격적이다.
이 법제는 다른 나라가 일본을 침공했을 때 방어하는 전수(專守) 개념의 법제라고 일본은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나라는 없다. 뿐만 아니라, 개회 중인 일본 국회의 회기가 아직 10일이나 남아 있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땅을 밟기 1시간여 전에 민감한 법제를 보란 듯이 통과시켰으니, 이는 국제 외교상의 예의도 아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주변 국가를 무시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에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고, 이제부터는 일본이 군사대국의 꿈을 실현하는 일만 남았다.
아무튼 일본은 유사법제 통과를 계기로 반세기 넘도록 지켜 온 평화헌법, 전수방위, 비핵 3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1895년 대만에 이어 1910년 한국을 침략하면서 발휘했던 천인공노할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릴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물론 일본은 부인하고 있다. 일부 정파와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은 일본 일 뿐이다. 그들은 겉으로 말하지 않을 뿐, 대동아전쟁에서 미국에 완패한 것과 한국,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의 식민지 실패를 한으로 삼고 있다. 한은 어느 나라 국민이나, 국가나 비슷하고, 한이 있는 한 풀고 말겠다는 또 다른 한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일본인이 갖는 한은 반인류·반평화적이었다는 점에서 인정 받을 수 없다. 남의 나라를 강탈하고, 민족을 압제한 죄가 얼마나 큰지를 안다면 결코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방일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오늘 돌아온다. 그러나 이번 방일은 그 성과와 관계없이, 우리로 하여금 일본을 다시 보고, 새로운 각오를 갖게 한다.
때마침 제기된 북핵문제가 일본을 자극했다는 점에서는 북한의 책임도 크다.
하나 우리는 우리인 만큼 일본과의 협력은 유지해나가되, 군사대국화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1910년의 경술국치를 억지로 떠올릴 필요는 없어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