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는 우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6.25전쟁의 산물이다. 6.25는 1950년 6월 25일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 전쟁중단을 선언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까지 3년 넘도록 지속됐다. 같은 겨레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참혹하고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전쟁은 끝이 나고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즉각 2㎞ 뒤로 후퇴하면서, 군사적 완충지대인 DMZ(Demilitarized Zone)를 지정했다. 휴전된 지 60여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아직도 남북은 총과 대포를 맞대고 긴장감 속에서 대치 중이다.
그러나 DMZ가 분쟁지역, 휴전지역, 통제구역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생태계의 보존지역이 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09년 9월 실시한 비무장지대(DMZ) 중부지역 생태계 정밀조사 결과 지형, 경관, 식생 등에서 다양한 자연생태 자원이 확인됐는데 특히 구렁이와 삵 등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 5종도 함께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실시한 서울대학교의 서부지역 조사결과에 따르면 파주 DMZ 일대에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11종의 희귀종과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13종이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동족상잔의 상징이긴 하지만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DMZ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평화생태공원의 운영과 활용방안, 수행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2010 제1차 DMZ 정기포럼’이 지난 20일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개최됐다. 기획비전, 문화예술, 생태환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발표자 가운데 경기관광공사의 김현 팀장은 DMZ가 ‘미국의 게티즈버그 역사공원과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합친 것과 견줄만하다’는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DMZ 개발은 ‘평화공원’ ‘생태’ ‘지속가능’이라는 공감대 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발표자들의 말도 귀담아 들어야겠지만 DMZ 개발은 ‘평화공원’ ‘생태’ ‘지속가능’이라는 공감대 하에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분단이 계속돼서는 안 되겠지만 현재로선 관광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면서 대결과 분단의 현장을 평화로 승화시킨다는 개념을 추가하면 세계적인 테마공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성과정과 운영 중에 ‘평화’와 ‘생태’라는 목적을 한시라도 잊으면 안 된다. 남북냉전 분단의 비극인 DMZ평화생태공원이 생태계 보존과 복원 뿐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