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과 생각이 모인 씨앗들을 선거기간 동안 비교 토론해 선택한 후, 물과 밑거름을 주어 정성껏 가꾸면 선거를 통해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모든 씨앗들에 물을 주는데 무관심하거나 별다른 기준 없이 학연, 지연 등으로 쉽게 선택한 씨앗에 거름을 주진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피어난 꽃에는 애초에 별 기대가 없기에 시들어 열매를 맺지 못 해도 느낌이 없을 것이며, 이는 곧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연결되기 쉽다. 하지만 관심과 정성을 들여 피워 낸 꽃은 ‘어린왕자의 꽃’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꽃이 되고 4년 동안 생기 있게 잘 크는지, 좋은 열매를 맺는지 살피게 될 것이다.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뽑는 지방자치의 일꾼 역시 우리 유권자들의 꽃이며 소소한 생활 속의 대표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꽃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에 따라 씨앗을 선택해야 할까.
바로 우리 지역에 필요한 일을 생활 속에서 찾아 구체화한 매니페스토 공약이 그 기준일 것이다. 한번쯤 들어 봤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필자는 ‘얼개공약 새기기’라는 우리말로 바꿔 설명하고자 한다.
‘얼개’는 순우리말로 ‘어떤 사물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이다.
따라서 얼개가 잘 갖추어진 공약, 즉 ‘얼개공약’은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조달 방안 및 구체적 목표를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또한 ‘얼개’라는 단어는 본뜻 외에도 ‘얼개공약’의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단어를 풀었을 때 ‘ㅇ’은 ‘우선순위’, ‘ㅓ’와 받침 ‘ㄹ’은 ‘절차’, ‘ㄱ’은 ‘기한’, ‘ㅐ’는 ‘재원조달방안’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얼개공약 새기기’는 이러한 ‘얼개공약’을 후보자가 증거물인 문서로 ‘새기면’, 유권자는 유념해 마음속 깊이 ‘새겨’ 투표하고, 당선자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모두가 ‘되새겨’ 보자는 운동이다.
얼개공약의 각 요소들은 책임정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 후보자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공약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밝혀 백화점식 공약 남발을 막는다. 공약의 이행절차를 구체적으로 적어 유권자의 이해를 돕고, 이행기한을 명시해 책임성을 확보한다. 여기에 재원조달 방안을 같이 살펴 허황된 것에 불과한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를 가늠한다.
마지막으로 공약의 목표는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약 달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 쉽도록 한다.
오는 6·2지방선거는 얼개공약 새기기(매니페스토 정책선거) 관련 규정 법제화 후 처음 있는 전국단위 선거이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선거에서 각 후보자가 예비후보자홍보물 우편발송, 예비후보자공약집 판매 그리고 선거공약서 배부를 통해 자신의 얼개공약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세대에 발송되는 선거공보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그렇다고 얼개공약 형태로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의원 후보자는 예비후보자공약집이나 선거공약서를 판매 또는 배부할 수 없지만, 원한다면 예비후보자홍보물이나 선거공보를 얼개공약 형태로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급부행정을 하고자 할 때 공직선거법에서 그 내용을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례안 발의 등 의정활동계획이 구체화 된 지방의회의원의 얼개공약도 필요한 면이 있다.
후보자의 얼개공약(매니페스토)도 중요하지만 인격, 가치관, 능력 등 자질이 더 중요한 게 아닌지 반문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 종이에 새긴 공약문서를 살피는 것이 서류심사라면,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면접심사일 것이다. 사람을 뽑을 때 서류와 면접심사는 모두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얼개공약 새기기, 즉 정책선거를 실현하자는 것은 인물은 배제하고 정책만 따지자는 이분법이 아니라, 평소 인물의 언행과 공약문서와의 일관성을 살펴 공약의 실행·실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번 6·2. 지방선거는 반드시 정책선거로 치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이번 선거부터는 당선자나 후보자가 정성들여 작성한 공약문서를 집집마다 하나씩 보관하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 대표자의 4년을 관심과 칭찬, 애정 어린 비판을 하면서 지켜보자.
그러면 민주주의가 활짝 피어나고, 선거는 우리에게 더욱 새로운 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