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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이승에서 유혹하는 저승의 맛 복어

 

우리네 먹고 살기 힘들었던 1950년 代 이야기 …

흉측한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연탄가스, 식중독, 복막염이 으뜸이었다. 식중독으로는 복어 알을 먹다 사망한 사고가 제일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거짓말 같은 일이다.

얼만 전 탤런트 현석 씨가 복어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켜 세인(世人)의 관심을 끌었다. 요즘 법으로도 자격증이 없으면 복어 요리를 취급 할 수 없다. 술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복어 매운탕, 정말 귀한 손님들에게 지갑 사정을 접어두고 대접하는 것이 복어 회 , 그런데 웬 난데없이 복어 식중독이라니….

복어 회를 먹을 때, 불문율(不文律)이 있다. 복어 회는 접시의 바닥의 문양이 비칠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이 생명이라고 하는데, 절대 젓가락의 각도를 45도 이하로 눕히면 염치없는 사람이다.

이유인 즉, 낮은 각도로 집어 삼키면 한 접시에 세 번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두 접시, 세 접시를 시키면 계산이 엄청 나온다. 여유가 있는 분은 한 번 시험해 보시길…. 긴 젓가락으로는 두 번 만 떠도 접시가 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수원의 고급이 아닌 중급 일식당에 참고로 시세를 알아 봤더니 한 접시에 최소한 십만 원이라고 한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복어!

육(肉)고기도 아닌 것이 어(漁)고기도 아닌 것이 그 쫄깃쫄깃한 맛이란 일찍이 미식가(美食家)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일본 사람들만 이 복어 회에 환장한 줄 알았지만, 일찍 11세기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복어를 하돈(河豚: 강돼지)으로 부르면서 그 맛이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소동파는 일찍이 문명(文名)으로도 이름을 떨쳤지만 뛰어난 미식가로 중국 저장성의 대표 요리는 동파육이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준비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복어가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많은 사무라이들이 독으로 사망하자 전투력 소실을 우려 한 때, 복요리를 법으로 금지했다. 나중에 이토 히로부미가 복어 맛에 취해 금지령을 철폐했다는 일화도 있는데….

뭔가 아쉬울 때 “복어는 먹고 싶지만, 목숨이 아깝구나” 흔히 하는 일본 속담이다.

장미의 가시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 기껏 가시에 찔려 봤자, 피 몇 방울이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 천국과 지옥이 합당한 비유일 것이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食客)이란 만화가 있다. 나중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허영만 화백의 만화는 기초가 튼튼한 것이 특징이다. 통계를 인용하고,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하고…. 하여간 쏠쏠한 재미도 있지만, 풍부한 상식도 많이 얻는다.

영화 식객의 첫 장면. 최고의 음식 후계자 자리를 놓고 황복회로 대결하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두 사람. 한 사람의 위계(僞計)로 인해 심사위원이 갑자기 중독돼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아주 쇼킹한 화면이 복어 요리로 시작된다.

청산가리 보다 독한 것이 복어 독이다.

영하 20도에 얼려도, 위험하다는 복어 독. 0.5mg만 있어도 체중 50kg의 건장한 성인이 사망한단다.

쉽게 설명하자면, 참복 한 마리의 독이 33명의 생명을 빼앗고, 22만 5천 마리의 쥐를 죽일 수 있단다.

모든 사물은 양면성이 있다. 물론 독이 제거된 복어에 대한 찬사도 줄줄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허한 것을 보하고, 몸의 탁한 습기를 제거하고 허리와 다리를 강하게 하며, 의자에 오래 앉아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고 어쩌고…….하는데, 만병통치라고 할 수 있겠구나.

밤이 피는 꽃이 향기가 더욱 진하여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 신세가 되고, 불륜이 주는 짜릿한 자극에 가정을 뛰쳐나와 평생을 후회하고, 순간의 승부에 미쳐 노름방을 출입한다.

무엇이든 금지하면, 당기는 유혹의 힘이 크고, 또한 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든 법이다.

소위 세계의 4대 진미가 푸아그라(거위 간), 송로 버섯, 캐비아, 복어라고 하는데……. 식도락들은 음식 탐험에 나설 때, 복어는 요리사가 반드시 자격증 유무를 따져야 한다.

복어에 관한 멋진 시, 한편 소개한다.

복어는 그물에 들고 미나리는 야들야들한데

(河豚入網芹芽嫩)

생각건대 주방장 저자에서 돌아오고 있겠구나. (政想廚人市上歸) 박장원(朴長遠의 久堂集에서)

참 입맛이란 간사하구나. 이 멋진 시를 대하니 복어 생각이 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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