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더욱이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면서 돈을 가치있는 일에 쓰기란 어지간한 결심 없이는 실천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여기 소개하는 두 사람의 기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공직생활을 거쳐 중소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한 김용철(89)옹이 평생 모은 100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국가 안보를 위해 써 달라’며 국방부에 기부했다. 김 옹은 ‘인생은 유한하나, 국가는 무한하다’는 평소 국가관을 실천하기 위해 재산 환원 방법을 고심하던 중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신념으로 국방분야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김 옹은 1950년대 대한수리조합(현 수자원공사)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한 뒤 광주(光州)에서 중소섬유공장을 운영하다 공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을 바탕으로 거액의 재산을 일궜다. 국방부는 25일 김 옹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값진 기부금을 국방과학연구소산하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 건립 비용에 보태기로 했다.
강원랜드 역사상 최고 당첨금의 주인공인 안승필(60)씨. 이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도 당첨금 7억6천680만 원 전액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지난 15일 게임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잭팟이 터지자, 순간 생각난 것이 사업을 하면서 진 사채 7억 원을 갚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서울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가족들을 앉혀놓고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기부의사를 밝혔고, 너무나 고맙게도 가족들 모두 안 씨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씨가 기부 대상으로 카이스트를 선택한 것은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TV에 나와 ‘중국을 앞서는 유일한 길은 과학기술개발과 교육개혁으로 시대의 흐름을 타야한다’고 한 말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강원랜드는 27일 호텔 연회장에서 카이스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름다운 잭팟 기부금 전달식’을 갖고 안 씨의 양손을 동판으로 제작해 카지노 객장에 영구 전시키로 했다.
한 사람은 국가안보를 위해 거액의 재산을 내놓았고. 또 한 사람은 사업 빚이 남아있는데도 흔쾌히 과학기술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당첨금 전액을 기부했다. 이 얼마나 용기있는 결단인가. 부끄러운 졸부의 삶보다 신념대로 움직이며 스스로 가치있는 삶을 선택한 두 사람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