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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잘 사는 나라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나고 6월이 됐다. 6월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호국의 달이다.

그런데 전국 동시지방선거와 남아공 월드컵 경기로 인해 추모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아직 천안함 문제가 국제적으로 종결되지 않았고 북한의 위협도 상존하고 있어 외국인이 볼 때 한국은 불안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분명하게 보았다.

말로는 후보자의 됨됨이를 보고 뽑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투표소에서는 지연과 조직의 힘에 스스로의 권리를 내주는 다수의 유권자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50, 60대의 보수층이나 20, 30대의 진보층이나 지지하는 쪽이 다를 뿐이지 행태는 비슷한 것을 보면서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려면 멀었음을 깨닫게 됐다.

과거에는 지역감정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지역감정에 연령, 경제력, 강남 강북과 같은 거주지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쳐 정말 정치하기 힘든 상황이 된 듯하다. 더욱 험난해 질 국제적 경쟁을 한국호가 어떻게 헤쳐 나갈 지 불안하기만 하다. 선거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라 생각한다. 크게는 나라, 작게는 시를 책임질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국민이나 시민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이웃 북한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잘 사는 나라에 대한 정의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GNP가 1500불도 되지 않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잘 사는 나라란 잘 먹게 해 주는 나라였다.

1980년대에는 자기 집을 갖고 자가용을 굴리며 살 수 있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였다면, 지금은 외국 자동차를 몰고 자유로이 해외여행하고 골프를 칠 수 있는 나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반면 경제적 발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일등만 대접하는 떠나고 싶은 나라일 뿐이다.

교환교수로 와 있는 호주의 경우 매년 25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받고 있으며 작년 한 해만 해도 5천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이민을 왔다. 이민 1위는 영국으로 3만 명, 다음으로 뉴질랜드, 인도, 중국 순이며 각 2만 명을 넘는다. 또 호주 이민국 통계에 의하면 호주 불법체류자가 5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한국인 불법체류자만도 3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호주에 유학와 미용, 요리 등의 기술을 익힌 후 영주권을 따려던 20, 30대 한국 젊은이들이 지난 달 발표된 새 기술이민직종표 때문에 영주권 신청이 좌절되면서 불법체류자로 남게 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호주 외에도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다면 상당히 많은 한국인들이, 그것도 젊은이들이 잘 사는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잘 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호주의 경우 젊을 때 일하고 늙어서는 나라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서인지 40%가 넘는 살인적인 세율에도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비싼 교육비와 사회적 경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도 이민의 주 요인이다.

그동안 한국도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생활보호자 지원, 무상급식 등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지만 이들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

2020년부터 한국 인구가 감소한다는 OECD의 발표가 있었다.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소이므로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이민을 오고 싶은 나라,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나라로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