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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유권자의 힘 ‘주민소환제’

 

제주도 강정항에 민·군 복합항구를 건설하려는 중앙정부의 계획안을 지사가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일부주민이 당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해 청구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율이 11%에 그쳐 자동 부결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혹독했다. 20일간의 도지사 직무정지와 행정공백, 20억원 가까운 세금낭비,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의 갈등과 분열이라는 자치시대의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시장이 이렇다할 세외수입이 없는 여건을 감안해 인근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다가 2007년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김황식 하남시장과 하남시의원 3인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에서는 시의원 2명만 소환됐고 시장은 직위를 유지했다. 하남시장 투표율이 31.3%에 그쳐 법률로 정한 33.3%에 미달됨으로써 무산된 것이다. 2008년 7월 장기간 직무정지로 시정 공백이 초래됐다며 시흥시장을 상대로 추진된 주민소환은 서명인수를 충족시키지 못해 소환 청구 후 각하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로 주민소환제를 두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제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운영과 비리 등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06년 5월 24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 2007년 7월부터 시행되었으며, 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과 투표로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시장·군수와 자치구의 구청장은 15% 이상, 지역선거구 시·도의회 의원 및 지역선거구 자치구 시·군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돼 해당 지방자치단체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달리 제도 시행 3년이 다 돼도록 지방의원 2명만 소환이 이뤄져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투표까지 간 것은 제주지사와 경기 하남시장을 대상으로 한 소환이 유일하지만 투표율이 미달돼 무산됐고 24건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투표까지 가지는 못했다. 2006년부터 임기가 시작된 민선 4기의 경우 기초단체장 230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0명이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단체장은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미흡하다. 빚을 내 살림을 하면서도 수천억 원짜리 호화청사를 짓고 ‘치적 쌓기용’ 낭비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하지만 별다른 제지는 없다.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면 각종 인허가권과 도시개발사업 등 각종 이권사업을 주무를 수 있다.

여기에 간부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갖는다. 이 두 개의 권한은 단체장이 공직사회 안팎에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공생구조는 임기 4년을 기반으로 재선, 삼선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는 거수기로 전락해 오히려 감시와 개혁의 대상이 된 상태다.

선거로 뽑은 단체장을 법을 어겨 처벌을 받지 않고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민소환제’다. 만일 주민들이 합의해 소환을 결정하면 그 사유가 뭐든 관계없이 단체장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주민자치의 가치를 극대화한 이 같은 특성으로 주민소환제는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

따라서 주민소환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민소환제 발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내실을 기하려면 33.3%인 유효투표율을 25%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발의를 위한 요건을 완화해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 주민소환제가 정파적으로 남용되면 행정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이에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앞서 주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를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잘 뽑는 것이 중요하고, 평소에도 예산 낭비 등 주민 피해 사례는 없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중앙의 정치 이슈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지역 주민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지역 문제에 집중해 지역사회 내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