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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소방안전은 법이 아닌 문화

생활속 자연스럽게 행해야
향유하는 문화 되길 소망

 

얼마 전에 프랑스인들의 우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비오는 날에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멋쟁이 아가씨나 고급 양복을 입은 신사는 좀 예외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지간한 비는 그대로 맞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비오는 날 어린이들이 우산을 쓰게 되면 앞도 가려지고 손도 자유롭지 못해서 교통사고 위험이나 넘어졌을 때 다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산을 쓰지 않고 되도록 우비를 입도록 교육한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은 후 성인이 되어서도 비를 그대로 맞고 다니는 프랑스인을 쉽게 볼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행동양식 즉, 문화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안전이라는 것은 이렇듯 생활 속에서 누가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것, 즉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때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소방당국은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화재피해 저감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비상구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실시하며 우리 주변에 그동안 조금은 등한시 되어왔던 비상구와 관련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비상구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제의 경우 실시 전부터 수많은 문의로 해당 팀이 다른 업무를 거의 하지 못할 지경이었고 신고제가 시작한 날부터 신고 접수가 쇄도했다.

그동안 법에도 있고 수 없이 지도하고, 단속해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던 비상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돈벌이로 생각하고 수십 건을 한꺼번에 신고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러한 부작용에도 이번 기회에 비상구와 관련된 규정이 잘 지켜져서 사회적 안정망이 좀 더 탄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짧은 기간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이뤄온 우리나라는 성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다보니 안전문제는 사회적 노력과 투자에 조금 비껴나가는 문제였고 사회 안전인프라의 부족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형 사고가 최근까지도 이어져 멀쩡했던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고 또한 화재로 한꺼번에 수 십 명의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물론 현대의 한국사회가 여전히 안전인프라가 치명적으로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안전시설의 확충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게 최근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경제력이 있으니 인프라는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있는 안전시설에 대한 적절한 활용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인식과 행동 즉 문화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다.

어릴 때의 교육이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안전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프랑스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기적이고 행동 하나하나를 바르게 잡는 것은 단순히 법적 제제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합의와 인식, 행동양식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소방당국에서 화재와의 전쟁을 추진하며 각종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단순히 눈앞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문화에 대한 초석이요,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과태료가 부과되는 단속에 대한 관심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생각, 우리 이웃과 내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 그러한 것이 모두에게 안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이라는 것이 율법서에서 뛰쳐나와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