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 정현종은 단 두 줄의 시구로 ‘섬’을 노래했다. 때로 고독은 인간이 짊어져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인지 모른다. 한 번쯤 다다르고 싶은 절대고독(絶對孤獨)이랄까. 우리에게 섬은 언제나 훌쩍 떠나고 싶은 관념의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의 ‘섬’은 매혹적이다. 제자인 알베르 카뮈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극찬했다.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그 책에서 받은 충격, 그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地上)의 양식(糧食)’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 카뮈의 찬사가 아니더라도 그르니에의 ‘섬’은 삶에 대한 여유와 관조, 철학적 성찰과 직관, 풍부한 서정의 전형(典型)을 보여준다.
선배에게 이끌려 추자도(楸子島)에 왔다. 이곳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실제로 낚시를 하러 이곳에 왔다 그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꽤 있다. 말하자면 섬이 좋아 그대로 섬이 된 사람들이다.
제주도에 속하는 추자도에 지난 달 26일 올레길이 열렸다.
제주올레 18-1코스인 추자올레를 걷다 보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한 무덤과 만나게 된다. 백서(帛書)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의 아들 경헌의 무덤이다.
그런데 왜 그의 무덤이 이곳 추자도에 있는 걸까.
여기엔 사연이 있다. 신유박해로 황사영이 순교하자 그의 부인인 정난주는 두 살배기 아들과 제주 유배 길에 오른다. 그러다 풍랑으로 묶인 추자도에 아들을 몰래 남겨두고 떠나는데, 오씨 성을 가진 이가 이를 거둬 키웠고 이로 인해 황경헌은 평생을 추자도에 살다 갔다.
정난주는 정약용의 맏형인 약현의 딸로 제주 대정현의 관노로 살다가 모슬포에 묻혔다. 정난주의 묘는 제주올레 11코스에 있어 생이별한 모자가 죽어서 올레로 만나게 된 셈이다. 섬은 이래저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