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됐을 때 야권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사업으로 국가재정만 파탄낼 것이라며 거세게 저항했다. 뿐만 아니라 포항제철도 반대세력의 저항에 부딪혔고 인천국제공항, 그리고 고속철도도 마찬가지의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숱한 논란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극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이런 국책사업들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대형 국책사업이 반대로 무산됐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은 기대조차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심을 호도하고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으려 든다면 나라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현대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즐겨 썼다는 “해보기는 해봤어?”라는 말이 새삼 교훈적으로 들린다.
지금 야권에서 사업저지를 위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과거 국책사업들의 진행과정과 닮은꼴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기 전에 무엇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인가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마땅하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재정악화를 우려해서라고는 하지만 전임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대형 사업에 대해 재검토 및 백지화를 선언하는 단체장들이 늘고 있다. 김학규 용인시장은 지난 13일 한국외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영어마을 조성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 전부터 경전철 재검토를 주장해 온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지난 5일 의정부경전철㈜에 경전철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를 일시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막대한 예산과 효과 불투명 등을 이유로 안산 돔구장에 대한 재검토를, 김만수 부천시장은 추모공원 조성 재검토 및 부천무형문화엑스포의 중단 의사를, 최대호 안양시장은 예산낭비 등을 이유로 전임 시장이 계획한 100층 청사 건립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불필요한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찬성입장과 이미 투자된 예산을 낭비하고 새로운 지역 내 갈등을 양산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임 단체장들의 지도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및 백지화가 혹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지자체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