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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윤리적인 개

이해덕 논설위원

조주(趙州)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없다.” “일체중생이 모두가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개는 어째서 없다고 합니까?” “개에겐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조주무자(趙州無字)’ 공안(公案, 또는 화두)과 관련한 일화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마크 베코프 교수는 동물도 도덕적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가 지난 해 5월에 펴낸 ‘야생의 정의(Wild Justice)’라는 책의 부제도 ‘동물의 도덕생활 (The Moral Lives of Animals)’이다.

개의 도덕성에 대해 베코프 교수는 “도덕성이 성립할 수 있는 근거는 동감(empathy)과 동정(compassion)”이라며 “개를 촬영한 비디오를 분석해 보면 동감과 동정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감과 동정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이는 곧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위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다. 베코프 교수는 개를 비롯한 원숭이, 늑대, 코끼리, 돌고래 같은 동물에게서 이 같은 동물의 ‘마음 이론’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개가 특별한 것은 인간과 함께 살기 때문으로 “개들은 자신들이 종속적 존재인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한다”고도 했다. 또 그는 개가 사회성을 배우는 것은 ‘놀이’를 통해서라고 설명한다. 개가 놀이를 시작할 때 뒷발을 꼿꼿이 세운 채 앞발을 구부려 몸 앞쪽을 낮추는 동작으로 의사 표시를 하고 상대방 개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놀이가 성립된다. 이런 놀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심하게 물거나 하는 ‘나쁜’ 개는 바로 놀이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잘 노는 개가 짝짓기도 잘하고 사냥도 잘 한다고 한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라는 요소가 없으면 놀이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개의 불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베코프 교수의 ‘윤리적인 개(ethical dog)’를 보면서 ‘개 같은 인간’과 ‘개만도 못한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초복(初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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