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17세기는 ‘천재들의 세기’라고 불린다. 뉴턴, 보일, 데카르트 등 엄청난 천재들이 이 시대에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라이프니츠(1646~1720)는 이 ‘천재들의 세기’의 결정판이라 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미적분의 독창적인 발명으로 유명한 라이프니츠는 웬만한 대학의 교수들 모두가 100년 동안 매달려도 해내기 힘든 일들을 혼자서 해냈다. 어느 분야를 연구하든지 라이프니츠의 흔적을 비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다.
그런 그가 불과 열세 살 때 생각해 낸 것이 놀랍게도 ‘인공언어’다. 인간의 사고를 분석해 생각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밝혀내고 이들이 서로 결합하는 법칙을 알아 낼 수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유를 전부 파악할 수 있을 뿐 더러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인간 사고의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라이프니츠가 평생을 걸쳐 추구했던 ‘보편기호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생각이다. 옛 시에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는 구절이 있지만 라이프니츠는 반대로 이러한 말들을 모든 문화권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기호화하면 어떠할까를 고민했다. 요즘 정치권이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으로 시끄럽다.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한나라당은 7.28 재보선을 의식해서인지, 본인의 부인에도 강 의원에 대해 서둘러 제명조치를 취했고. 야당은 ‘성희롱당’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불가(佛家)에서도 말을 조심하라고 했다. 말이 많아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묵언정진(默言精進)’의 수행이 있을 정도로 가르침은 준엄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세 치 혀다. 우리 주위에도 이 세 치 혀로 이간질을 일삼는 소인배들이 있다. 이런 소인배들이 판을 친다면 진실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라이프니츠의 ‘인공언어’가 생각나는 건 잘못된 말들을 바로잡아 진실을 명확히 가려주지 않을까 해서다. 아니면 차라리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제격이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