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 반드시 닮고 싶은 선배(先輩)가 있기 마련이다. 능력이 있어 상사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또 재치 있는 말로 주위를 밝게 하고, 인물까지 훤하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책상 위에 담배 재떨이가 버젓이 놓여 있고, 여직원들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고, 또 당사자들도 섭섭하지 않았던 시절.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훤칠하고, 매끄러운 말솜씨…. 하여간 부러운 선배 한 분이 있었다. 특히 재담(才談)에 능했다. 여직원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는데, 요즘 기준으로 하면 큰일 날 소리를 그럴듯하게 했다.
예를 들어, “아이 잘 낳을 신체 조건을 구비했으니, 부모님들에게 감사하도록 그리고 아이는 분명히 커서 어른이 될 거야. 내기 할까?”
아이고! 주책! 하면서 싫지 않은 표정, 얼굴은 웃음 가득했다. 가끔 성깔 있는 여직원들이야 눈 한 번 째려보지만…. 그 시대의 일반적인 풍속도(風俗圖)였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 놓았는데, 사내(社內)의 “제안상(提案賞)”은 거의 독차지했다. 상사들도 재미난 그 선배를 심심풀이 땅콩 식으로 저녁 자리, 술자리 빠지지 않고 데리고 다니고…. 하여간 부러웠다. 그러나 진지(眞摯)함의 부족이 옥(玉)의 티였다. 어떤 심각한 이야기를 그 선배가 꺼내면 어울리지 않았고, 어떤 진지한 소재(素材)도 그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본인도 눈치를 채고 가끔 입이 방정이야. 이런 자책을 공개적으로 하지만 그것조차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억지로 보였다. 삼박자를 모두 갖췄지만 2%가 부족했다.
천재가 걷는 외줄타기. 재미는 있지만 위험하다.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본인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지만, 일부는 여자 문제로 스캔들로 인해 한계를 느껴 스스로 떠났다고 혹평(酷評)을 했다.
드문드문 들리는 소식으로는 새로 옮긴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앞으로 머지않아 대표이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인사위원회 회부!, 보직 해임(解任)! 이런 끔찍한 소식이 들렸다.
본인에게 직접 확인할 수도 없고…. 온갖 떠도는 소문을 정리해 보면, 갓 입사한 여직원이 비서로 배치됐는데, “윗도리가 너무 꽉 끼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 눈을 둘 수가 없구나.” 가슴이 풍만하다는 것을 빗대어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자, 모욕감을 느끼고, 구내식당에서 하소연 하자, 당장 여직원 회의가 열리고….
노동부에서도 조사를 하고, 또 여성단체에서 법적으로 문제를 삼고…. 화려했던 시대가 한 숨에 날아갔다.
본인도 몇 차례 변명을 했단다. 그러나 진실은 소설보다 낯설다는 말이 있다.
호주의 제 1야당 당수가 인터뷰에서, “처녀성은 최고의 선물, 아무에게나 주지 마라.” 참으로 진주(眞珠) 같은 값진 말을 했는데, “웬 물색없는 참견이냐.”, “젊은 여성도 처녀성에 관한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다.” 이런 말로 된통 두들겨 맞고 하루아침에 “유망한 정치인”에서 “분별력 없는 정치인”으로 전락했단다.
여성국회의원은 “나의 난소에 당신의 묵주(默珠)를 치워라.” 이런 말로도 항의했다.
하루아침에 2류가 됐다. 요즘 전도(前途) 양양(洋洋)한 젊은 국회의원의 언행에 대해 온통 시끄럽다.
경기고, 서울법대, 하버드 로스쿨 학생대표. 화려한 학력이다.
최고의 길을 걸어 왔고, 앞으로도 장미꽃이 쫙-. 깔린 인생행로에 ‘설화(舌禍)’한 마디가, 하루아침에 나락(奈落)에 빠졌다. 아마 본인도 혀를 깨물고 싶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성묘 차, 산소에 가 보면 할아버지의 묘소에 할머니가 여러 분이라도 그 시대를 이해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이젠 남자들의 허리 밑의 이야기가 너그러웠던 시대는 호랑이 담배 먹는 시절의 이야기. 반성을 해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