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행동학자인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는 1967년 출간되자마자 신성한 인간에 대한 모욕이라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털 없는 원숭이’가 그들에게 가장 큰 거부감을 준 것은 인간을 마치 동물학의 연구 대상인 일개 동물 종(種)처럼 다뤘다는데 있다. 그러나 모리스는 단지 인류를 동물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털 없는 원숭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최근 인터넷 뉴스판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경계지역에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원숭이들을 사격수로 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원숭이는 러시아제 AK47 자동소총을 사용한다고 한다. 고대 전쟁에서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이 이용된 적은 있으나 현대전에서 탈레반의 이런 발상은 다소 황당하기 까지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원숭이 탈레반’은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험한 정글로 뛰어 들어가게 하기 위해 길렀던 ‘군인 원숭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도 하기 힘든 사격을 원숭이가 한다는 게 믿기 어려워 보이지만 전사(戰史)를 보면 전쟁에 이용된 동물의 사례는 의외로 많다. 알렉산더는 기원전 327년 인도의 포루스 왕이 동원한 200여 마리의 코끼리 부대와 맞닥뜨려 고전한다.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은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 제2차 포에니전쟁 때 전투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산맥을 넘는다. 이밖에 전사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과 친숙한 개로 군견(軍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동물이 직접 무기를 사용한 예는 없다.
모리스의 주장대로라면 인간은 ‘털 없는 원숭이’다. 미국의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한나 홈즈가 쓴 ‘인간생태보고서’의 원제는 ‘옷 입은 원숭이(The well-dressed ape)’로 모리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면에서 ‘원숭이 탈레반’의 등장이 사실이라면 다윈의 ‘진화론’이 맞긴 맞는가 보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