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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그 아들에 그 어머니

 

나라 안팎이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던 70년代 말, 기억하시리라.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대한민국이 아님)

홍수환 선수가 비행기를 여섯 차례 갈아 탄 끝에 파나마에서 15회전 상대방을 링 위에 눕혀 놓고 난 뒤, 어머니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승전보(勝戰報)와 함께 모자간(母子間)의 대화는, 지친 모든 이에게 시원한 감로수(甘露水)였다.

“대한국민 만세”는 한 때 유행어처럼 번졌는데 고스톱 판에서도 쓰리고를 성공한 후, 두 팔을 벌리고 대한국민 만세!…. 안중근 의사는 대한국인(大韓國人)이라 썼다.

옥중에서 쓴 그 어른의 글은 낙관(落款)도 없이 시커먼 손바닥 도장과 함께 대한국인 안중근!…. 분연한 결의(決意)를 느낀다.

국민이 모여 민국을 만드는데, 임기가 한정돼 있으니 임시직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가끔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한국민을 무시할 때 많이 섭섭하더라.

이야기가 빗나갔다. 다시 홍수환 선수 이야기….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얻어터지고, 마지막 내뻗은 펀치에는 어머니에 대한 보은(報恩)의 선물이 아닐까?

어떻게 4번이나 링 위에 널브러져있던 그가 마지막 한 주먹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있는지? 그것은 모정(母情) 때문이다. 두드려 맞아 허우적거릴 때 한사코 떠오르는 얼굴은 어머니였단다. 하여간 홍수환 선수도 대단하지만 어머니는 더더욱 위대하다.

얼마 전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즈 워드가 어머니 김영희 氏 에게 대지 약 9천917.36㎡(3천평) 규모의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저택을 선물했다고 해서 화제다.

“미군과 국제결혼을 한 후, 미국엘 가보니 기대와는 달리 너무 실망스러웠다. 시집의 냉대, 그리고 신랑의 무관심,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1달러가 없어서 거리를 전전해 거지를 면치 못했다.”

스치고 지나간 먼 회상이라고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지만, 자신의 처지는 현지인들과도 그리고 교포들과도 어울리기 힘들었다. 하루에 16시간씩 호텔 청소부, 접시 닦기, 식료품 점원…. 새벽 4시에 나가서 시간당 4$를 받고 항상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소위 투잡을 했단다.

그리고 아들을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주는 저소득층 지원금을 거절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토요일, 일요일, 휴가도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이기에 절대 포기 할 수 없었다.

여성은 약할지 몰라도 어머니는 강하다. 딱 들어맞는 말이다.

백억 불 연봉을 받는 자식을 둔 하인즈의 어머니는 아직도 고등학교 식당에서 설거지 하는 일을 한다.

명문대학 두 군데서 하인즈의 장학생 입학을 허용했는데 장래,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하인즈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영문으로 된 복잡한 공과금(公課金)과 청구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계산된 복잡한 교육이 없었다. 단지 네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해라! 그 아들에 그 어머니, 그 어머니에 그 아들.

한 때, 김영희 氏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고 칭송하고 국민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등,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부른 적이 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과연 그녀가 원하는 것이 세속(世俗)의 이러한 찬사(讚辭)였을까?

속도(速度) 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方向)이라고 한다. 방향을 바르게 정하면 속도는 문제될 것이 없다. 올바른 방향을 잡아준 김영희 氏는 하늘에서 복(福)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시 홍수환 선수 이야기…. 한 때, 스포츠 선수에서 연예인 비슷하게 변신을 한 홍수환 氏가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가수와 재혼한 후, 또 별거를 한다는 등 어지러운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아주 금슬(琴瑟)이 좋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홍 선수에게 다시 결합하라고 명령 했단다. 쉬운 일이 아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

혹시나, 우리네 젊은 부부들이 저택을 선물 받는 꿈을 꾸고 골프 연습장, 스케이트장, 야구장으로, 축구장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게 가르침을 청해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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