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은 영주 부석사 안양루에 올라 경관에 취해 이런 절창을 남겼다.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김삿갓의 탄식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 제주도에 숨어있다. 이름도 희한한 ‘엉또 폭포’가 그것이다.
70mm 이상의 비가 쏟아져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엉또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은 건천인 관계로 평소엔 폭포를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억수로 비가 와야만 50m 높이에서 김수영 시인의 표현대로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수 십 차례 제주를 찾았지만 이 폭포를 만난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흔히 3대가 공덕을 쌓아야 지리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엉또 폭포도 그와 마찬가지라는데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올레길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7-1코스 언저리에 숨어있는 엉또 폭포의 뜻은 ‘엉’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한다. ‘엉’은 작은 바위 그늘 집보다 작은 굴, ‘도’는 입구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휴가철을 맞아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피서여행을 가는 취향도 가지각색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을 선호한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가까운 곳에 의외로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이 속살을 감춘 채 숨어 있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유명세를 타자 수도권에도 지자체가 나서 둘레길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국립공원 둘레길 브랜드화를 추진 중이다. 공단이 수평적 탐방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도입한 국립공원 둘레길은 지난해 북한산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770억원을 들여 전국 17개 국립공원에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겉만 훑어 보고 마치 속속들이 전체를 다 본 것처럼 말하는 어리석음도 없다. 이참에 숨어있는 비경들을 찾아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거나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 강산에 대한 애정도 더욱 깊어갈 것이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