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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민과 함께 하는 정치,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

 

지난주 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역에 있는 송전선로 이전과 관련, 주민 간 갈등이 지속돼 온 사안이 있는데 다음날 간담회가 열리게 돼 있으며 갈등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달동네에서 공부방과 탁아방, 주민교육을 위한 활동 등 주민운동을 십 수 년 해왔으며 기초의회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을 두루 거치며 이번에 처음 자치단체장에 입성하게 된 선배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자치단체장이 이런 간담회를 주최하면서 얻을 이익은 별로 없어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해당사자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우선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선배의 이력을 알고 있으며 주민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던 그의 경력으로 미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나 좀 더 분명하게 주민들의 언어로 듣고 싶어 했다.

취임한지 한 달이 돼가는 시점에서 주민과 함께 하려는 의지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잘해야 본전이 될까 말까한 간담회에 심혈을 기울이며 애쓰는 모습은 참신하게 느껴졌으며, 이전 달동네에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날 간담회가 열리는 구청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여느 갈등당사자들이 모이는 것과 다름없이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지역의 사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시의원, 구의원, 관계공무원 등이 주민들과 함께 하며 구청장의 간담회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은 긴 듯 했으나 갈등사안에 대한 구청장의 이해는 어떤 입장에서도 편벽됨 없이 설명해 갔으며,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맞는 것인가를 다시한번 이해당사자들에게 물어봤다. 물론 당사자들은 고개를 모두 끄덕였다.

이후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자료들을 배포하면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서로간의 이해를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만남도 필요한 듯 했다. 감정이 격앙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성이 오고가는 치열한 갈등현장이 재현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서로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았지만 첫 번의 간담회에서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참으로 기다리던 말이다.

걱정이 되는 간담회였는데 이렇게 일단락됐다. 그나마 단체장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사안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고, 주민들의 입장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주민들에게 상당한 위안이 됐으리라 보인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노력을 하겠으며, 어떤 부분은 재정이 없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소문만 무성한 갈등의 현장에는 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체장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갈등을 풀어가는 중요한 실마리를 주민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한 자치단체의 간담회를 두고 길게 서술하는 것은 최근 벌어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4대강 위탁사업에 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정말 주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사업인가? 반추하기 위해 적어 봤다.

그 간담회의 결과가 어떻게 정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갈등과 관련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리저리 이야기도 해보고 자꾸 만나 의논을 하면 최소한 소문에 의한 갈등의 증폭은 막을 수 있으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간담회가 갈 길은 아직 한참이지만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생색낼 수 있는 많은 정책과 선심성 발언들이 난무하는 과정에 그나마 한줄기 시원한 물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에,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기도 하고 귀하게 여겨진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함께 하는 연습은 주민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귀한 재산이 될테니까 말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자리’에 앉으신 분들만 멀리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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