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의 대명사’, ‘신의직장’, ‘공인 부동산투기기관’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막대한 부채 등을 이유로 전국에 벌려놓은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포기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공공기관 행태의 표본이다. 그동안 이를 묵인해온 정부도 그 책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같은 LH의 사업포기는 그동안 사업추진으로 인해 일체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한채 토지보상 등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도시서민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업지구내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아 LH의 설립근거 마져도 위태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LH가 아직 보상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전국의 신규사업 지구는 138곳에 이른다. 그러나 LH는 이들 사업지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사업 철회나 취소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대부분의 사업장이 몰려 있는 도내 곳곳에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LH는 지난달 27일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해당 지역 주민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300여명은 지난 4일 성남시 수정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개발사업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지구 지정된 파주 운정3택지지구 주민들도 지난달 29일 시민회관에서 보상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를 갖고 “지난 4년간 정부만 믿고 모든 어려움을 감수한 채 보상만 기다렸다”며 “LH가 부채를 이유로 개발사업을 취소, 연기·축소한다면 이는 국가 정책의 원칙을 뒤엎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단체장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5일 “LH가 지역의 재개발사업을 포기하면 보금자리 주택건설사업의 보상협의회 설치 등을 협의해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부천지역에는 LH가 시행하는 4개 사업 가운데 소사구 역곡3동 괴안11B구역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고 오정물류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LH는 택지개발사업 48곳,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20곳, 주거환경개선사업 6곳, 주택재개발사업 7곳, 뉴타운개발사업 16곳, 도시개발사업 4곳, 산업단지 개발 5곳 등 도내 106곳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H가 이들 사업을 백지화 하거나 보류하겠다는 것은 LH 스스로 기능축소를 통해 폐쇄하겠다는 소리 쯤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