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폼페이 유적에서 ‘개조심’이라고 적혀있는 모자이크 타일이 발견됐을 만큼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위다(1839~1908)가 1872년 발표한 ‘플랜더스의 개’는 소년 네로와 늙은 충견 파트라슈와의 따스한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북 임실군에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오수 개’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려 때 이곳에 살던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잔치 집에 갔다가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들었는데 들불이 나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그가 기르던 개가 목숨을 구하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개인은 잠에서 깨어나 개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음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개를 묻어주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아뒀다고 한다. 나중에 지팡이가 자라나 나무가 됐는데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를 합쳐 이 고장의 이름을 ‘오수(獒樹)’라고 부르게 됐다.
뿐만 아니다. 경북 문경에 있는 김룡사에는 ‘목탁’이란 이름의 어미개가 살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풀을 뜯어먹고 산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히 당치않은 소리를 하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하고 있네”하고 면박을 주지만 절집에 살아선지 목탁이는 아들 ‘김룡’이와 풀을 뜯어 먹고 산다. 또 전남 해남 대흥사 앞 유선관에는 손님들에게 대둔산 산길을 안내하던 누렁이가 살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7, 8월을 삼복더위라 하는데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dog day’라고 한다. 영어로 ‘eat dog’는 개를 먹는 것이 아니라 ‘굴욕을 참다’라는 뜻이다. 못 먹는 개고기를 억지로 먹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hot dog’는 뜨거운 개가 아니라 독일산 프랑크 소시지를 빵에 얹어 먹는 패스트푸드를 말한다. 소시지가 몸통이 긴 닥스훈트와 모양이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모레가 말복(末伏)이다. 하지만 10월이나 돼서야 무더위가 꺾일 거라는 기상청 예보고 보면, 삼복이 지났다고 견공(犬公)들이 마음 놓을 그런 여름은 아닌 것 같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