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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친구를 조심하라고?

 

문자 속이 깊은 친구가 있다. 유가(儒家)의 풍습이 몸에 베여 어릴 때부터 걸음걸이마저 일부러 의젓했는데, 휘갈겨 놓은 초서(草書)를 보고 뜻풀이를 요청하면, “조그마한 지식을 남 앞에 함부로 자랑하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법!” 멋진 대답이 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알지도 못하면서 고개는 왜 끄덕여 일부 친구들은 그의 식자연(識者然) 하는 것을 비틀고 꼬집기도 했다.

미팅장소에서 자기 파트너에게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문자를 썼다가 다른 여학생들에게 된통 욕먹은 적도 있다.

처음 보는 친구를 소개하면서 우정에 관해 여러 말을 동원했다. 인연이 오래 된 것은 죽마고우(竹馬故友), 환경이 비슷한 것은 수어지교(水魚之交), 그리고 목숨을 나눌 사이는 문경지교(刎頸之交), 가장 지고한 관계가 관포지교(管鮑之交)인데 이 친구와 나의 관계는 관포 사이라고 할 수 있네…. 점잖았다. 그 때가 삼십 후반, 아직 살아 갈 날이 까마득한데 그 뜻이 높디높은 관포 사이로 묶어도 되는지?

편한 말로 친한 사이라고 하면 될 텐데….

하여간 그 뒤에도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할 때도 관포를 들먹였다.

그 뒤, 그 친구보다 한 단계 높은 동양철학을 하는 Y교수가 관중과 포숙의 사이를 현실적으로 분석했다.

관중과 포숙은 한 때, 동업했는데 관중이 매번 이익을 독차지해서 주위로부터 말이 많았다. 그 때마다 포숙이 관중의 집안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전쟁터에 나가 관중이 세 번이나 탈영을 하자, 주위에서 비겁한 사람이라고 흉이 늘어졌는데 이때도 포숙은 나이 많은 어머니 때문이라고 설득을 하며 이해를 구했다.

관중이 세 번 벼슬을 나갔지만 매번 쫓겨나도 그 사람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시운(時運)을 만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Y 교수 왈, 우정이란 비슷한 양(量)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데 위의 사례를 들면서 포숙의 일반적인 관용(寬容)이며, 관중은 매우 이기(利己)적이다. 따라서 관중과 포숙은 동항(同行)에 놓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식 과장(誇張)이라고 단정했다.

더구나 재상(宰相)의 자리를 놓고 포숙이 후보가 되자, 관중이 반대했다.

재상이란 자리가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자면 권모술수에 능해야 하는데 포숙의 도덕성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Y 교수, “이걸 진정한 우정의 관계로 볼 수 있을까요?” 나는 그때 꿀 먹은 벙어리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100大 부자에 속하는 분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이른바 최 회장의 사업 불패 16조인데,

제1조, 친구를 조심해라.

제2조,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감추어라.

제3조, 말을 아껴라.

제4조, 사업은 전쟁이다 등등.

16가지 사업가로 갖추어야 할 필수적 전략을 경험을 바탕으로 설파했는데 다른 말은 이해가 가는데 친구를 조심해라!

친구는 쉽게 질투하고 변심하기 때문이라나?

HP란 유명한 초우량 컴퓨터 장비업체로 세계 벤처 기업의 1호이다. 설립자는 데이브 패커드(Packard)와 빌 휴렛(Hewlett)인데 서로 뜻이 맞아 회사를 만들고 회사명을 정할 때 동전 치기를 해 휴렛이 앞이고 패커드가 뒤가 됐다.

죽을 때까지 서로 의심을 하지 않고…, 지금도 쭉쭉 뻗어 나간다.

외국이 아니고 가까운 예를 들면, 나의 장인(丈人)도 동업으로 정미소를 시작해 돈을 많이 벌자 각자 반반씩 투자해 또 하나의 정미소를 운영했다. 하루 종일 붙어 생활하셨다. 바둑을 두고, 여행도 함께 하고….

지금은 동업자의 장남이 운영하지만, 처갓집과 그 집은 아직도 정겨운 내왕을 한다. 장가를 갔을 때, 朴 氏성을 가진 그 집에 제일 먼저 인사드리라고 말씀을 들었다.

친구를 조심해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불쌍(不雙)하다의 불쌍이란 말은 짝이 없다는 말이다.

짝이란 아내, 형제, 친구, 애인 모두를 포함한 말인데….

사업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인생(人生) 고해의 바다에 일엽편주(一葉片舟).

지나치게 삭막한 것은 아닌가? 동의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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