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검진기관들이 엉터리 건강검진을 하다 지난해 적발된 사례가 4만5천823건으로 2007년의 적발건수 456건에 비해 무려 100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들어서도 부실한 건강검진 사례는 5월까지 6천318건이나 적발됐다고 한다. 개인과 국가재정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데 기여해야 할 건강검진이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니 놀랍기 짝이 없다.
엉터리 건강검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찬다. 이번에 적발된 것은 ‘의사 검진인력 미비 사례’로 당연히 자격을 갖춘 의사가 건강검진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판정해야 함에도 그리 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자격이 정지된 무자격 의사나 임상병리사가 직접 검진을 한다든가 검진의사 미등록자 등이 검진에 참여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암 판정 여부 등 최종 검진 결과 보고서를 전문의사 대신 간호사 등이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다.
건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수행한 의사가 해외에 나가있는 중인데도 건강검진기관들은 그 시점에 최종 암 판정 등의 허위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무자격자가 수익의 일정부분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의료인과 계약을 맺은 후 출장차량을 의료인의 소유로 등록해 출장검진을 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를 챙기기도 했다. 혈액분석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등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강검진기관도 많았으며 보험급여를 부당청구하다 적발된 기관도 3천503곳으로 환수액이 37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내부고발자 포상금 제도 도입과 당국의 적극적인 현지조사 강화 등으로 인해 적발건수가 늘어났다고 하나 이것이 부실 건강검진기관이 많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정부는 검진기관 신고제를 지정제로 전환해 부실한 검진기관을 퇴출시키기로 하고 2008년 2월 관련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검진기본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2009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처리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현재 국내 전체 건강검진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철저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 평가를 근거로 부실판정된 검진기관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그동안 부실 건강검진기관을 충실히 관리해 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