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는 아름다운 약속이 있었다.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외 38명의 억만장자들은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통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데 서명했다고 밝혔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재산 기부를 약속한 40명의 재산 절반을 합치면 최소 1천500억달러(한화 약 175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소개한 기부의 놀라운 진실들에 따르면 1달러의 기부는 19달러의 수익을 불러오며, 무형의 사회통합 기능까지 더한 사회적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고 한다.
경제 측면만 봐도 기부는 훌륭한 투자인 셈이다. 기부는 빈부 격차와 사회 갈등을 누그러뜨리며 사회공동체의 건강성을 높여 주는 힘의 한 원천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적 사례인 사회지도층이나 고소득층의 기부참여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은 할머니들이 폐지모아 장학금 기부하는 나라이고 김밥 할머니들이 기부하는 나라라고 한다. 2009년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와 자원봉사참가여부를 조사한 결과 개인 기부참여율은 55%였고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금액은 10만9천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개인기부 참여율은 92%, 1인당 기부액은 평균 119만원에 달한다. 우리의 경우 1990년대에만 하더라도 기부문화는 생소한 단어였다. 기부문화라는 단어보다 자선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이는 기부활동이 사회의 제도적, 문화적 차원에서 자리잡기보다는 일부 개인의 긍휼적 차원의 시혜수준에 머물러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의 기부금모집은 그 성격과 방법에 있어 기부자의 자발적 행위가 아닌 국가나 집단의 강요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 우리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이 늘어나고 있어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직 선진국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으나 점차 시민들의 기부금참여나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기부행위와 자원봉사활동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부문화정착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아직 선진국과 같은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왜 기부를 해야 하는가, 기부가 이웃뿐만 아니라 자신에도 어떤 도움이 되는지, 기부철학에 대한 교육과 실천이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맹목적 입시경쟁의 무모한 극한 생존은 사회양극화의 온상이다. 그것은 협력적 상생의 에너지 창출이나 나눔의 가치보다는 공생적 가치와 공생윤리가 없는 극한 대립을 가져오게 된다.
둘째, 기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시간, 기술, 재능을 나누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부는 워렌 버핏과 같은 재벌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참여하여 작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여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기부문화의 확산에는 우리사회의 가진 자와 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일반인들보다 앞장서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식을 갖고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는 반부자 정서가 자립잡고 있다. 부자자체가 문제되기보다 부자의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기부활동은 사회를 위해서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선진국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기부문화의 확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금을 모집하는 비영리조직들의 신뢰성과 투명성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갖고 있다. 비영리조직들은 기부금모집과 사용에 있어 기부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기부금사용을 위한 사업의 질적 성과도 높여야 한다. 기부문화는 자원봉사와 함께 한나라의 문화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2천년의 로마역사를 가능케 한 것은 귀족들의 사회공헌에 있었다. 로마귀족들은 노예와 귀족의 차이를 사회적 책임의 이행능력에서 찾았고,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였다. 기부는 남을 기쁘게 하기에 앞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눠주니 행복했다는 이들의 얘기는 진실에 가득찬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것이 바로 기부가 갖는 마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