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개최되는 국제적인 행사다. 지난 1996년 수원 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래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지방에서 개최되는 연극제이지만 수준 높고 다양한 공연을 지향하고 있어 고정적인 매니어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 연극제는 문화의 중앙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지방이 갖는 상대적 빈곤감을 해소하고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원지역 연극인들의 역량으로 기획됐다.
1996년에 열린 첫 행사는 예산도 빈약하고 공연기반 시설도 미약했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둬 매스컴의 격찬을 받았다. 이어 2회, 3회, 4회 등 횟수가 거듭되면서 지원예산도 늘어나고 행사 경험이 쌓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행사 가운데 하나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 중에 연극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재단법인인 화성문화재단도 창립됐다. 특히 한여름 밤 수원천에 가설무대를 꾸미고 물위에 객석을 만들어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연극을 감상했던 1998년 제2회 국제연극제는 미국의 세계적인 방송인 CNN에도 방송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10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14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데, 한국 러시아 체코 이스라엘 일본 등 5개국에서 참가한 18개의 초청작, 일반 시민단체의 7개 작품 공연을 비롯해 워크숍과 세미나 등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주최 측은 국내외 초청작들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선정했다고 밝힌다. 시민 참여 작품, 설치미술전 ‘희희낙락’전, 학술세미나도 관심을 끈다. 심혈을 기울여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의 노고가 보인다. 그럼에도 행사를 앞두고 걱정스런 마음이 생긴다. 최근 몇 년간 열렸던 연극제는 국장과 날씨 등 외부요인도 있었지만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다는 지적이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예로 드는 인구 7만의 작은 군 단위 지역인 경남 거창군의 ‘거창국제연극제’는 연인원 15~20만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 기간에 거창지역은 축제 열기에 휩싸인다. 그러나 수원에서 열리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최 측인 화성문화재단은 14회를 맞는 시점에서 한번쯤 큰 변화를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그래서 먼저 수원시민이 즐거워하는 행복한 축제가 되고, 더 나아가 많은 국내외 문화예술인과 관광객이 수원으로 몰려와 함께 만들어가는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