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각종 민원을 제기하면 시장이 직접 답변을 주는 ‘열린시장실’이 있다. 지난해 한 시민이 올린 ‘수원시의 자전거도로에 대한 거짓말 일기’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 본다.
“우선 수원시에 자전거도로가 300km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둘째로 수원시에 있는 300km의 자전거도로 중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셋째로 그 다닐 수 없는 길을 돈을 들여 정비한다는 말에 놀랐습니다....(중략) 제발 쓸데 없이 예산 낭비하지 말고 그 돈으로 기존 인도 위의 자전거도로를 싹 없애고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십시요”
지난해는 우리나라에 자전거에 대한 열풍이 몰아닥친 한 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범국민적 자전거 이용을 녹색성장의 한축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부터다. 그로부터 5개월후 행정안전부는 ‘자전거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자전거종합 관리시스템구축, 자전거 데이터 베이스 구축, 전국 자전거 통행실태 조사 등이 골자였다.
그 후 수원시도 수많은 자전거 대책을 쏟아 냈다. 총연장 277km인 자전거 도로를 2012년까지 356km로 79km를 추가로 개설하고 폭이 좁고 노면상태가 나쁜 기존 141km 구간을 정비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으로 무려 23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127km에 달하는 인도에 개설된 자전거 도로의 폭을 2m로 넓히고 노면낭태가 불량한 곳은 아스팔트 또는 투수콘 포장재로 교체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한 네티즌이 언급한 인도 위의 자전거 도로를 없애고 차도에 자전거 도로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과는 정반대로 시민들이 잘 이용하지도 않는 인도위 자전거도로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과는 정반대로 가는 자전거 정책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수원시가 300km에 가까운 자전거 도로를 개설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수원시민들의 자전거 도로에 대한 불만이 가시지 않는 것은 왜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전거 이용자의 편에서서 만든 정책이 아니라 실적 쌓기용 전시행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수원 정자지구나 영통지구처럼 신도시지역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인도 폭이 넓어 그런대로 자전거 도로의 이용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자전거 도로는 지구내 이동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자전거 도로의 한계를 갖고 있다.
구도심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수많은 지적이 있어 왔지만 폭이 좁은 데다 인도 적치물로 인한 자전거 도로로서의 역할 반감, 특히 통행인과의 사고로 이어질 경우 자전거가 100% 과실을 덮어 써야 하는 부담 등 때문이다.
인도위 자전거 도로는 사람과 자전거가 혼용해 자전거 도로로서의 기능이 상실됐다고 보면 되는데 수원시청 관계자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까닭인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수원시의 자전거 정책 입안자들은 자전거에 대한 특성부터 숙지할 필요성이 있다. 수원시에 자전거 출퇴근족들이 적은 이유를 자전거를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국한해서 보거나 레저스포츠 용으로 활용되기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지난 2009년 말 수원교통포럼 주최로 열린 ‘수원시 자전거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안양대 김주현 교수가 “자전거 보급률이 높아지고 자전거 도로 공급도 늘어나는데 자전거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목적이 대부분 건강, 레저용도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으나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자전거 도로 등 여러여건 등을 감안해 평균 시속 20~30km 속도를 내며 달린다. 도로상태가 좋으면 시속 30km 대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원시가 만들어 놓은 인도위 자전거 도로는 인도위 통행인, 적치물, 노면상태 등에 따라 속도를 내기는 커녕 아예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당시 수원시의회 김효수 의원 등이 제안한 도로 다이어트를 통한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녹색성장의 표본인 자전거 정책은 묘연할 수 밖에 없다. 새 시장이 수원시의 새 자전거 도로 정책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내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 30km를 신설하고 70km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면 뭐가 다른가. 지금이라도 자전거 정책 새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