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가 2년 만에 정계로 복귀한 뒤 지난 17일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모처럼 쓴소리를 했다. 다름 아닌 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그 이유로 손 전 대표는 “다시 정치를 하게 되면 내 입으로 남을 비판하거나 욕 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얘기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로 올 때 안고 온 것은 절망감 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는 최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함 참사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겨냥한 것으로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사람이 돌아가신 국가원수에 대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 설사 잘못이 있더라도 좋은 말로 위로하고 좋은 데 가시라고 명복을 비는 게 국민 된 마음가짐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남편이 죽어서 울부짖는데 어떻게 동물에 비유하느냐. 이 정권의 정신 상태가 어디 있는지 보게 됐다.
경찰청장이 어떤 자리냐. 이는 집권 세력이 자기네들끼리 평소에도 그렇게 얘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고 철학도 없는 승자독식 사회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공정한 사회’를 말하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까닭 없이)남을 비판하거나 하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있었어도 날을 세운 발언은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손 전 대표는 앞서 15일 정계 복귀를 밝히며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선언문을 통해 ‘국민생활 우선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정치의 우선과제라며 이데올로기적 개념이나 구호보다 국민의 생활 속에서 정치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번 만 번 지당한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상향이 따로 없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못하다는데 있다.
춘천에서 2년간 칩거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섰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칩거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오히려 왜곡시키지나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현실정치를 하겠다는 복귀의 변(辯)은 단지 정치적인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큰 일 한 번 해보겠다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마당에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겸즉유덕(謙則有德)’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