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을 사람 없다’지만 이 쯤 되면 ‘먼지’가 아니라 ‘오물’ 수준이다. 바로 인사청문회를 두고 하는 말인데, 이번 8.8 개각으로 장관 후보자에 낙점된 인사 가운데서도 여지없이 불미스런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문제다. 주민등록법 37조 3항에는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이를 위반한 ‘범법자’들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고 버젓이 고위공직자로 기용되는 것을 마냥 두고 봐야 하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에 한나라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무작정 후보를 두둔만 할 게 아니라는 기류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논란의 여지를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명확히 법에 위반되는 사안에 대해 또 다른 사회적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어서 애매모호 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02년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모두 부동산 투기, 자녀 교육용 위장 전입 의혹으로 낙마하고 부터다. 현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이춘호 여성부장관, 박은경 환경부장관,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구입 등으로 인한 위장전입으로 후보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통일부장관, 이귀남 법무부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민일영 대법관,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모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최근에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가 2006년 용인의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번 개각에서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인사청문회에서의 험로가 예상된다.
이처럼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어기고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 인사가 법을 우습게 안다면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만약에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의혹들이 어물쩍 넘어 간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