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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막걸리 예찬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땡볕더위는 여전하다. 이럴 땐 시원한 막걸리가 제격이다. 시인 천상병은 ‘막걸리’라는 시에서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막걸리를 ‘노인의 젖줄’이라고 한 조선 초기의 재상인 학역재(學易齋) 정인지(鄭麟趾,1396~1478)는 만년에 막걸리로 밥을 대신했는데도 무병장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 보면 막걸리는 한 끼 밥이요, 기분좋은 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막걸리 애호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길 즐겼다고 한다. 이름 하여 ‘막사이’인데 콜라를 섞으면 ‘막콜’이 된다. 청와대에 막걸리를 납품한 곳은 고양의 능곡양조장이었다. 1966년 여름 고양의 골프장에 다녀오던 박 대통령은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들른 곳이 삼송리에 있던 ‘실비옥’이란 주막이다. 이 때 박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능곡막걸리는 그 후 1979년 10.26 사건이 나던 날까지 청와대 ‘진상품’이 됐다. 막걸리에는 오덕(五德)과 삼반(三反)이 있다.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一德)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二德)이며,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三德)이다.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四德)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五德)이다. 옛날 향촌(鄕村)에서 큰 잔에다 막걸리를 부어 돌려 마심으로써 품었던 크고 작은 감정을 풀었던 향음(鄕飮)에서 비롯된 것이 다섯 번째 덕이다. 또 놀고먹는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끓고 트림만 나며 숙취를 부른다 해서 근로지향(勤勞志向)의 반유한적(反有閑的)이요. 서민으로 살다가 임금이 된 철종이 궁 안의 그 미주(美酒)를 마다하고 오지 항아리에서 빚은 막걸리만을 찾아 마셨던 것처럼 서민지향의 반귀족적(反貴族的)이며 군관민(軍官民)이 참여하는 제사나 대사 때에 합심주로 막걸리를 돌려마셨으니 평등지향의 반계급적(反階級的)이라 해서 삼반(三反)이라고 한다. 한번쯤 곱씹어볼만 한 말이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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